전동킥보드를 ‘개인형 이동장치(PM)’로 규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 일주일을 넘었지만 업계와 이용자 모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전동킥보드 관련 정책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서다.
18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이달 10일부터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PM)’로 규정돼 자전거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됐다. 만 13세 이상이면 탑승이 가능하고 차도와 자전거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다. 다만 최고 속도가 시속 25㎞를 넘으면 안 된다.
개정안 시행 이후 이용자들은 오히려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을 주저하고 있다.
박민영(가명·27)씨는 “개정안 시행 전에는 공유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했지만 지금은 잘 타지 않는다”며 “속도 제한 때문에 얼마나 빠르게 달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한 인도에 주로 주차돼 있는 킥보드를 차로나 자전거도로까지 움직여 타기도 불편하다”며 “헬멧까지 착용해야 하는데 그럴 바에야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역삼에서 근무하는 김주호 씨(가명·32)도 “회사와 지하철 역이 멀어 얼마 전까지는 자주 탔지만 헬멧을 써야 한다는 기사를 보고 난 뒤에는 안 타게 됐다”며 “전처럼 타고 다니다 벌금을 내게 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점쳐졌던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도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이후 이렇다할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나이 제한이 풀렸다고 해서 실제 연령 제한을 해제한 기업이 없는 데다, 업계가 이미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던 만큼 이용자 수나 이용빈도 역시 영향을 받진 않았단 것이다.
지난 17일 글로벌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기업 ‘라임’은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전동킥보드 운영 대수가 1만5000대를 넘겼다고 밝혔지만 개정안 시행과는 무관하다고 봤다. 라임 코리아 관계자는 “서비스중인 킥보드 수는 전부터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며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이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유 전동킥보드를 서비스하는 A업체 관계자는 “수도권 날씨가 추워진 점이 (이용자 수에) 차라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법이 개정된 것이 공유 킥보드 업계에 ‘호재’인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효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업계가 요구한 종합적인 제도는 커녕 풀렸던 규제가 다시 생기게 되면서 업계의 셈법은 오히려 복잡해지게 됐다.
내년 4월부터는 도로교통법 재개정안이 시행된다.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려면 다시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또한 헬멧을 착용하지 않거나 2인 이상 탑승할 경우에도 범칙금이 다시 부과된다. 사실상 원상복구 되는 셈이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들은 운영 정책이나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수정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전동킥보드 주차 또는 거치 위치를 변경하거나, 앱에 운전면허 인증 단계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에 더해 기업들은 이용자들에 새로운 법안을 안내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이와 관련해 매스아시아 관계자는 “재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앱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면서 혼란스러운 이용자들에 안전한 운행에 대한 안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