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못 박은 산은…쌍용차, 유동성 위기 탈출 묘수 찾나

입력 2020-12-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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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銀 600억 상환 연체 이어 21일 산은 900억 대출금 만기
기안기금 지원 못 받아… 자구안 따라 만기 연장 향방 갈릴 듯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유동성 악화로 벼랑 끝에 몰린 쌍용자동차에 대한 채무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 악화로 600억 원 규모의 대출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쌍용차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도 받지 못하면서 자금 출구는 사실상 산업은행이 유일한 상황이다. 앞서 이 회장은 쌍용차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않는 이상 돈만으로는 기업에 도움을 주지 않겠단 뜻을 밝혔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차는 오는 21일 산은으로부터 빌린 시설자금 700억 원과 운영자금 200억 원 등 총 900억 원의 대출금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 대출은 산은이 올 7월에 도래한 만기를 연말까지 추가로 연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제때 갚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빌린 600억 원도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지난 15일 600억 원가량의 대출금 상환을 연체했다고 공시했다. 연체자금은 14일 기준으로 JP모건에 약 200억 원, BNP파리바에 100억 원,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에 약 300억 원 등 총 600억 원이다. 쌍용차는 “경영상황 악화로 상환자금이 부족해 (연체가 발생했다)”라며 “해당 대출기관과의 만기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예견된 문제였다. 앞서 산은은 지난 7월 만기를 연장한 후에도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를 우려한 바 있다. 산은이 지난 7월 29일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내용을 보면 쌍용차에 대해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축소와 비수기 진입 등으로 7월 이후 판매량 감소가 예상돼 8월 중 유동성 부족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적었다. 그 이후에도 판매량이 조금 늘기는 했으나, 부채비율 등의 재무구조는 계속 나빠졌다.

당장 쌍용차는 코로나19로 최근에서야 위기를 겪은 기업이 아니기에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부터의 지원도 어렵다. 이에 대해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못을 박은 바 있다.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산은으로부터 추가로 자금을 받는 게 사실상 유일한 희망이다. 쌍용차에 묶인 고용 인원은 물론 협력사와 판매 대리점 등의 연쇄 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에 산은도 못 본 척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뼈를 깎는 자구안’이란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당장 만기 연장은 어렵지 않겠지만, 산은은 지속해서 쌍용차에 대해 ‘단순 채무 관계’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어왔다. 아시아나항공이나 두산중공업처럼 채권단 관리의 기업이 아니기에 매각을 조건으로 한 대규모 자금지원의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

이 회장도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자동차에 대해 “돈이 기업을 살리는 건 아니고 돈만으로 살릴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라며 “기업을 살리기 위해선 자금도 필요하지만 사업이 중요하고 이것이 진지하게 고민돼야 하는데, 쌍용은 단순히 살려고만 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쌍용차가 만기 연장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자구안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외국계 차입금 만기 연장도 쉽지 않다. 이들은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을 51% 이상 유지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으나, 마힌드라가 지분 매각의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외국계 은행이 채권에 대해 만기 연장도 실패하면 산은은 쌍용차에 만기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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