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의 두 얼굴]④금감원이 왜 은행권 ‘연말배당 축소’ 검토하나

입력 2020-12-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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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올해 결산배당 규모를 줄일 것을 권고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신종바이러스) 여파로 자본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비하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금융권은 당국의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실적에 따른 배당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개별 은행과 연달아 회의를 열고 배당 축소안을 협의하고 있다. 내년 3월 배당 시즌 이전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내년 초쯤 협의안을 도출하겠단 계획이다.

금융지주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서라도 배당 확대는 필연적이라 주장이다. 금융 산업은 세계적으로 가파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 유인을 위해선 배당이 필수적 요소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배당성향이 40~50%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절반 수준인 약 25%에 머물고 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은행주의 경우 세계적으로 저성장 산업이기 때문에 배당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크다”며 “중국의 경우 은행주 배당성향이 30%를 넘기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금융지주사들도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배당성향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보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주 연말 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금융감독원에 의한 금융주의 배당 축소를 반대한다”며 “사기업에 대한 배당 축소를 정부에서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감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한시적인 배당축소를 주장하고 있지만 올해 금융권 모두 양호한 경영실적을 기록했고, 주주가치를 훼손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덧붙였다.

배당정책은 기업의 고유한 재무적 의사결정으로 정부정책 수행을 위해 동원될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당 정책은 경영진의 고유한 의사결정 사안이다”라며 “되도록 규정과 기준에 근거해 감독당국이 권고하는 게 맞다”라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은행지주회사의 배당이 제한 되는 경우는 배당은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해선 안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규제비율을 밑돌거나 적기시정조치 대상이어야 한다. BIS 총자본비율은 10.5%(시스템적 중요은행은 11.5%), 기본자본비율 8.5%, 보통주 자본비율 7.0%가 규제 하한인데, 이보다 낮을 경우 배당이 제한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감원이 배당에 관여하는 건 지나치다는 목소리다.

이런 상황에도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배당 축소를 권고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단 판단에서다. 세계 주요국도 이에 따라 금융권의 배당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말까지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고 배당금을 종전 수준 이하로 동결하라고 주문했다. 영국 건전성감독청은 은행들에 대해 배당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금융위의 조치로 시중 은행에서 대출원금·이자상환을 유예한 금액은 지난달 20일 기준 74조5000억 원이다. 은행들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뒀다고 하더라도 내년 잠재 부실채권이 급증할 경우 손실흡수와 자금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한시적으로 배당성향을 낮췄다가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배당을 늘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법규의 제한범위를 코로나19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장기적으로 배당 제한 등을 포함한 자본적정성 감독 강화 방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처럼 예외적인 상황을 겪다보니 해외처럼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배당을 제한하는 등 어떻게 자본적정성을 관리하는 것이 투명하고 합리적인지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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