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세금의 정의를 망각한 채 다양한 수법을 동원하면서 세금 납부를 회피할 뿐만 아니라 버젓이 세금을 탈루하고 있는 정황도 적잖게 발견되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가 직접 나서 세금을 체납한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나설까. 실제로 최근 국세청은 고액ㆍ상습 체납자 6965명(개인 4633명, 법인 2332개)과 불성실 기부금단체 79개, 조세포탈범 35명의 인적사항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들의 총 체납액은 무려 4조8203억 원에 달한다. 법인은 근로소득세 등 260억 원을 체납한 하원제약(대표자 구대호)이 체납액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개인 최고 체납액은 도박업자 이성록(44·레옹) 씨다. 이 씨는 부가가치세 등 1176억 원을 체납했는데 이는 역대 3위 체납액이다.
이 외에도 선박업체 시도물산을 설립한 권혁 회장은 증여세 등 21억8400만 원을 체납했고,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등에서 투수로 활약한 ‘뱀직구’ 임창용은 종합소득세 3억 원을 체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도 관세 고액·상습체납자 251명의 명단을 관세청 웹사이트와 세관 게시판에 공개했다.
관세청 조사 결과, 올해 신규 공개 인원 중 체납액이 가장 많은 개인은 농산물 수입업자 나평운(64) 씨로, 자유무역지역 업체 명의를 도용해 관세를 탈루한 것이 드러나 추징된 180억9500만 원을 체납한 상태다.
나 씨 외 참깨 수입업자 장대석(66) 씨는 체납한 관세 4505억 원을 내지 않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명단이 공개됐다.
장 씨의 체납액은 국세, 지방세, 관세를 통틀어 단연 최고액이다. 재공개 대상자 전체 체납액의 8755억 원의 51%가 넘는 수준이다.
앞서 장 씨는 장기간 타인 명의로 참깨를 수입한 사실이 드러나 관세 등 4505억 원을 추징당하고, 지난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명단 공개 후에도 장 씨는 세금을 낼 재산이 없다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눈에 띄는 게 있다. 재공개 대상자 중 최능하(65·체납액 570억 원), 백상규(57·519억 원), 임종원(69·체납액 57억 원), 박정수(77·체납액 24억 원) 등 고액·상습체납자도 장 씨의 동업자들이라는 점이다.
국세와 관세 이외에도 지방세를 체납한 이들도 각 지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명단이 공개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그다음 해에도 명단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고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명단 공개를 통해 성실한 납세자가 존경받고 탈세와 체납은 도덕적으로 그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가 과연 이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을까. 또 명단이 공개된 이들에게 과세관청은 더 세금을 징수할 수 없을까.
아직은 모를 일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차명으로 숨겨 놓은 재산으로 호의호식하는 고액 상습 체납자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지 아니면 정말 돈이 없어 한 끼 식사도 못 할 만큼 궁핍한 삶을 살고 있을지…. 끝까지 추적해 징수할 때 비로소 세금의 정의 또한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