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를 두 번 찾아가고, 한국저작권위원회에 공문으로 의견을 보냈는데 문체부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문체부 소관 일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자꾸 이야기하면 방해가 안 되겠냐는 반문이었다.”
9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이 주최해 열린 ‘OTT 사업자의 음악저작권 적정 요율’ 토론회에서 방통위 관계자는 최근의 고충을 토로했다. OTT 사업자들의 애로사항을 귀담아듣고, 관련 내용을 공부해 문체부에 전달했는데 돌아온 것은 “소관 부처 일을 침범하지 말라”는 질타였다고 한다.
저작권료 징수 규정을 정하는 것은 문체부 소관이 맞다. 그러나 징수 규정에 직접 영향을 받는 당사자는 OTT 사업자들이다. OTT 산업의 진흥 책임은 문체부뿐 아니라 방통위와 과기정통부에도 있다. 업계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을 문체부가 ‘방해’라고 규정한 것이 적절치 않다.
규제 문제를 놓고 부처 간 엇박자를 내는 것은 사실 익숙한 모습이다. 부처마다 존재하는 이유가 다르기에 사안에 따른 견해차는 필연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타다’ 갈등이다. 국토교통부는 일명 ‘타다 금지법’을 만들어 타다의 시동을 끄게 했다. 스타트업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장관이 검찰의 타다 기소를 공개 비판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신산업에 발 담근 스타트업들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번번이 규제에 발목 잡힌다. 새로운 의료기기를 만들어 낸 스타트업은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의 인증 문턱에서 좌절하고, 새로운 숙박 모델을 만든 업체는 농어촌정비법에 가로막히곤 했다.
OTT 사업자들 역시 신산업의 숙명대로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자인 음저협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부처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지만, 칼자루는 문체부가 쥐었다. 문체부의 결정에 따라 OTT 사업자들은 규제 앞에 맥을 못 췄던 이전의 스타트업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이날 토론회에 정작 주무 부처인 문체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해당사자인 음저협도 없었다. 주장과 반박이 오가야 하는 토론회가 반쪽짜리로 마무리됐다. 학계와 스타트업계, 과기정통부, 방통위의 목소리를 문체부가 귀담아 결론을 내릴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문체부는 이달 내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을 심의ㆍ의결한다. 개정안이 갈등을 봉합할지, 악화일로로 만들지 미지수지만 결론만큼 중요한 것이 과정이다. 타 부처의 의견 개진을 ‘방해’라 여기고, 토론회에 불참하는 모습은 과정의 합리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반쪽짜리 토론회가 반쪽짜리 개정안의 예고편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