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논의할 국회 공청회가 처음으로 열렸지만, 양 업계는 견해차를 재확인했다. 위원들은 예상되는 우려를 지적하며 정부에도 역할을 촉구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7일 오후 2시부터 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국회가 양 업계를 불러 완성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이슈를 공식적으로 다룬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국민의힘 위원들은 공청회에 불참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상무가 출석해 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상무는 “중고차 시장은 불투명하고 소비자 불신도 심화하고 있다”라며 “이전까지 중고차 업계를 보호하는 데 역점을 뒀지만, 이제는 소비자를 우선해서 보호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자동차 산업 자체가 모빌리티 서비스 쪽으로 가고 있어서 완성차 제조사가 전반적인 자동차 생애주기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데이터를 확보하면 새로운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 제조사가 시장에 진출하면 독점이 발생해 상생 자체가 어렵다고 맞섰다. 임재강 대전중부자동차매매사업조합 조합장은 “수입차는 각 딜러사가 중고차 사업을 하는 반면, 국산차 업계는 제조사가 직접 중고차를 판매하겠다는 것”이라며 “제조, 유통, 판매를 모두 독점하는 데 상생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현대ㆍ기아차가 완성차 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기업형 중고차 업체인 케이카(K car)의 정인국 대표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정 대표는 “미국은 완성차 제조와 중고차 판매를 분리하고 있다”라며 “완성차 업체가 직접 중고차를 판매하는 형태로 시장에 진출하면 산업 전반에 독점적인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제한하되, 기존 매매업계와 전문기업이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소비자가 100% 보호받을 수 있는 중고차 시장이 시급하다. 인증 중고차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위원들은 양 업계에 우려되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중고차 거래 사이트 엔카닷컴에 등록된 현대차 매물을 살펴본 결과 47%가 6년 이하인 매물이었다”라며 “현대차가 내놓은 상생안을 고려하면 결국 알짜 매물을 완성차 제조사가 가져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식 6년ㆍ운행 거리 12만㎞ 이내'의 매물만 중고차로 판매하겠다는 완성차 업계의 안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측에 “정부가 너무 뒷짐을 지고 있는 것 같다. 현대차와 중고차 업계에 맡겨놓을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절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양 측에 수차례 대화를 요청했지만, 업계의 특별한 의견 개진 없이 모였다 헤어지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