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에 광풍이 불면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합병 상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역대 최대 기업이 합병 상장에 성공한 데 이어 내년 초까지 증시 입성을 앞둔 기업들도 줄을 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IPO에 이어 스팩 합병으로 유동성이 몰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스팩 합병 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11개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따져도 가장 많은 기업이 스팩 합병으로 증시에 상장했다.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IPO 시장에 투자자 관심이 쏠렸고, 치열한 직상장 대신 다른 상장 수단을 찾아 스팩 시장에도 활기가 돈 것으로 풀이된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명목회사를 의미한다. 상장 예정기업은 스팩 합병을 통해 직상장보다 기간을 단축시켜 상장할 수 있다. 통상 스팩은 공모가 2000원 밑으로 내려가지 않아 하방 경직성을 보이곤 한다. 이에 비상장주식 대비 비교적 접근이 쉽고,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가장 최근에 상장한 기업은 비올로 IBKS제11호스팩과 합병을 통해 11월 26일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후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4일 2555원을 기록해 합병 신주 상장일 대비 10.4%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합병 신주 상장 후 주가가 가장 크게 오른 기업은 레이크머티리얼즈로 나타났다. 지난 3월 23일 신주 상장 당일 주가는 920원으로 마감했으나 이달 4일 2745원을 기록하며 198.4%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지엔원에너지는 합병 신주 상장 대비 114.9% 올랐다. 지난 3월 합병 당시 6190원으로 장을 마쳤는데, 4일 1만3300원을 기록하며 두 배 넘게 오른 셈이다. 네오테크(25.6%), 나인테크(19.7%), 카이노스메드(5.1%) 등이 합병 신주 상장일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11개 기업 중 6개 기업은 합병 신주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가장 크게 내린 기업은 애니플러스로 4일 종가 기준 합병 신주 상장일(2월 7일) 대비 28.5% 떨어진 상태다. 이어 윈텍(-22%), 덴티스(-14.6%), 와이즈버즈(-12.9%), 아이비김영(-5.6%) 등도 줄줄이 내림세다.
통상 스팩 주가는 합병예정기업과 합병 승인을 받으면 강세를 보이고, 상장 후에는 다소 떨어지곤 한다. 지난달 27일 엔에이치스팩14호는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무벡스와 합병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에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내년에도 저금리 기조, 시장 변동성 확대가 이어지면서 스팩 합병 활성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까지 더블유에스아이(WSI), 오하임아이엔티 등 7개 기업이 합병 작업을 마무리 짓고 증시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오르고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 기업들은 낮은 비용으로 자본을 조달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IPO, 신종자본증권 전환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 공급 물량이 증가하게 된다”며 “연말을 맞아 소강 상태이지만, 새해가 되면 IPO 등이 재개돼 주식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