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메가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했지만 중소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이를 인지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RCEP 협정국과 교류하고 있는 기업이 대부분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홍보해야 한단 필요성이 제기됐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수출 중소기업 502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RCEP 관련 중소기업 의견 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RCE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거대한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한국, 중국, 일본과 아세안(ASEAN)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한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15일 RCEP에 참여하기로 최종 서명한 바 있다.
조사 결과, RCEP에 참여한 15개국과 교류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94.8%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64.5%로 가장 교류 비율이 높았다. 이어 베트남(48.9%), 일본(39.9%), 태국(30.3%), 인도네시아(26.3%) 등이 꼽혔다.
그러나 응답 기업 중 83.3%는 RCEP 협정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자동차(부품)에서 RCEP 협정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이 없었던 반면 전기·전자(부품), 기계(부품), 의료기기 등 업종에선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은 인지도가 낮은 이유로 △정부 홍보 부족(74.9%) △중소기업의 관심 부족(30.1%) △언론 보도 미흡(24.9%) 등을 꼽았다.
RCEP가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33.9%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0.8%)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이들은 △무역장벽이 낮아져 가격경쟁력 강화(52.4%) △원자재·부품 수입단가 인하(41.2%) △역내 원산지 기준 통일 및 증명 절차 개선을 통해 FTA 활용 편의성 증가(39.4%) 등을 이유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어떤 영향을 줄지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50%에 달하는 만큼 중소기업이 RCEP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안내가 필요할 전망이다.
응답 기업들은 RCEP 협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 ‘RCEP 참여국 전시회 참가지원 및 현지 바이어 미팅 주선(51.2%)’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RCEP 참여국 규격ㆍ인증 관련 정보 제공’(28.1%), ‘RCEP 협정문 내 주요 규정 활용 설명회 개최’(26.3%) 등을 원하는 기업도 많았다.
김태환 중기중앙회 국제통상부장은 “RCEP이 우리나라가 최초로 서명한 메가 FTA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인지도가 매우 낮았다”며 “우리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하고, 또 진출을 희망하는 지역을 포괄하는 협정인 만큼, 해당 지역과의 교류확대를 위해 협정이 최대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정책의 적극적 홍보 및 확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한 “다만 일본산 제품 수입 증가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산업별 상황을 점검하여 피해를 방지하는 대책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