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크지 않은 인사 폭 가운데서도 주요 사업에서 성과를 낸 인물들을 전진 배치하며 미래 준비를 위한 포석을 다졌다.
이번 인사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건 창립 이래 처음 탄생한 생활가전사업부 출신 사장이다. 여태까지 윤부근 전 부회장, 김현석 사장 등 VD(영상디스플레이) 타 사업부 출신이 CE 부문장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생활가전 사업이 예상 밖의 선전을 이어가면서 사업부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인공인 이재승 사장은 1986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생활가전사업부에서 선행연구그룹 수석, 기술기반그룹 수석, 냉장고 개발 그룹장, 생활가전 개발팀장을 두루 거친 인물로, 가전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맡아 삼성전자 가전 사업의 새 비전인 ‘프로젝트 프리즘’ 내 비스포크 제품군과 무풍에어컨 등을 성공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실제로 비스포크 냉장고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냉장고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하며 삼성 가전사업부 ‘실적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신임 대표이사에는 최주선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 부사장이 내정됐다.
1963년생인 최 신임 사장은 200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D램 개발실장, 전략마케팅 팀장, DS 부문 미주 총괄을 거친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올해 1월부턴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아 삼성디스플레이 미래 먹거리 사업인 QD(퀀텀닷) 디스플레이 개발을 주도했다. 이 시기 QD사업화팀을 함께 이끌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QD 디스플레이에 총 13조1000억 원가량을 투자해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런 상황에서 최 사장이 반도체 성공 비결과 경험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사업 사업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S는 이날 신임 대표이사로 황성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사장을 선임했다.
고려대학교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 출신인 황 사장은 2012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 입사해 나노 일렉트로닉스 랩장, 디바이스·시스템연구센터장, 종합기술원장을 거쳤다.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다양한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풍부한 대내외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이 선임 이유로 꼽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김재열 스포츠마케팅 연구 담당 사장을 글로벌전략실장에 보임했다. 김 사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남편이다.
김 사장은 스탠퍼드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한 후 2002년 제일기획 상무보로 입사했다. 이후 제일모직 부사장과 사장,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을 거쳤다. 여러 회사를 거치며 쌓아온 경영과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