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과잉 입법이라며 반발 목소리를 냈다. 사업주 책임과 처벌을 지나치게 강조해 영세한 중소기업이 처벌 대상이 되면 경영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올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이어 중대재해법까지 도입되면 이중처벌 성격이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2일 오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산재예방 선진화를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에선 이 같은 발언들이 나왔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조치 의무 등을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징역형이나 수억 원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6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과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고, 이어 지난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을 내놨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의 법리적 검토'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중대재해, 경영책임자 등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위험방지 의무 범위도 모호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영책임자와 법인 처벌규정이 이 법안의 핵심내용인데, 대단히 무거운 형벌로 일관하고 있어 오히려 적용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라면서, “법관이 포괄적 의무위반을 근거로 이렇게 무거운 형벌을 경영책임자에게 가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재예방정책의 문제점과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발제한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선진국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한 처벌에 의존하는 것은 산업재해 감소에 기여하기 어렵고, 영세중소기업 등에 과잉처벌이 집중되는 부작용만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도 이날 개회사를 통해 중대재해법 도입 움직임과 관련, “사고 발생엔 회사의 책임도 크지만, 대부분 산업재해가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의 모든 책임을 사업주와 원청에 일방적으로 묻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 계류 중인 중대재해법은 사업주에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형량도 기계적으로 상향하였을 뿐 아니라 (형벌) 하한선까지 설정했다”라며 “사망사고 발생 시 형량 가중하는 개정 산안법도 시행 초기인 점을 고려하면, 중대재해법은 중장기적으로 평가를 거친 후에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업이 대기업보단 중소기업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처벌규정은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만큼, 이제는 실제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을 차단하는 예방 중심의 정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