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는 현실세계와 소통할 수 있다. K팝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주 진행된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컴업2020’에서 아바타를 통해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엔터, IT 공룡들과 시장 공략 박차 = ‘또 다른 나’를 나타내는 아바타가 재부상하고 있다. 통신·게임·엔터테인먼트·포털회사 등이 아바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아바타 기반 서비스를 꼽는다면 단연 ‘제페토’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개발한 제페토는 AR 아바타 서비스다. 얼굴 인식·AR·3D 기술을 활용해 커스터마이징한 자신만의 개성 있는 3D 아바타로 소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얼굴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나와 비슷한 AR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2018년 8월 출시 이후 현재 글로벌 누적 가입자 1억 9000만 명을 넘어섰다. K팝 열풍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아이돌 가수들의 IP를 활용한 제페토 이용자들의 2차 콘텐츠물은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페토’는 최근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JYP에서 50억 원, 빅히트·YG로부터 120억 원의 투자를 각각 받았다.
통신사들도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의 가상현실(VR) 기반 ‘버추얼 소셜 월드’, KT의 증강현실(AR) 기반 영상통화 앱 ‘나를’ 등도 여기에 속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약 6년 만에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출격시켰다. 데뷔 전 콘셉트가 공개됐을 때부터 업계엔 파문이 일었다. 바로 현실의 인간 멤버 4명과 가상세계 아바타 멤버 4명이 함께 활동하기 때문.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과 이들의 이름에 ‘아이(ae)-’가 붙은 4명이다. 아바타 멤버들은 AI 브레인을 가지고 있어서 현실 세계 멤버들과 서로 대화가 가능하다. 단순히 연예인의 ‘분신’으로서 아바타를 활용한 것에서 더 나아가, 그룹 세계관의 중심에 아바타 개념을 끌어들인 것이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TV와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활용해 아바타·라이브 스트리밍 등의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엔씨소프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엔씨소프트의 북미 법인인 엔씨웨스트(NC West)는 지난달 ‘퓨저(FUSER)’를 출시했다. 퓨저는 엔씨웨스트가 퍼블리싱하고, 미국의 음악 리듬 게임 전문 개발사인 ‘하모닉스(Harmonix)’가 개발한 신개념 인터랙티브 음악 게임이다.
이들 기업이 아바타에 공들이는 이유는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IT업체들은 자사의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있지만, 독보적으로 내세울 만한 서비스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내에서 메신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톡은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이 미미하다. 그나마 네이버 라인이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적다.
이에 아바타를 활용한 글로벌 진출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캐릭터 비즈니스에서 가성비 있게 접근할 방법이 가수”라며 “뮤직비디오나 음악 콘셉트에 맞춰 투자하는 만큼 비주얼 부분에 있어 타 산업보다 자연스럽게 가상 콘텐츠를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아바타 시장 본격화 전망 = 글로벌 아바타 시장 규모는 무궁무진하다. 업계에서는 아바타 산업의 시장 규모가 2023년 6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팬들은 아바타로 재탄생한 아이돌 가수들을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다. 과거 사이버 가수 아담의 경우 노래를 발표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음반 외의 방송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VR·AR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목소리를 직접 듣고,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모습을 만들어냈다. 아티스트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아바타로 실생활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2차 활동까지 이어갈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관람할 수 없는 팬들 역시 팬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만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업계에서는 아바타 서비스를 통해 내년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T업계의 새로운 기술력을 통해 개발한 콘텐츠들이 스타 아티스트와 만나 가상공간에서 해외 팬들을 만나고, 이를 발판 삼아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는 포부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넷마블, SKT 등 다양한 국내 IT기업들의 전략에 따라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