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 에어는 애당초 차 지붕을 수동으로 탈거하는 컨버터블, 이른바 ‘오픈카’ 콘셉트였다.
2015년, 티볼리 출시를 앞둔 쌍용차는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콘셉트에 도전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차 지붕을 부분 탈거하는 오픈카였다.
물론 전동식은 아니다. 운전석과 동반석의 하드톱(또는 글라스) 지붕을 손으로 직접 떼 내는 'T톱' 형태다. 티볼리의 밑그림이 된 콘셉트카 XIV-AIR(에어)가 주인공이다.
안타깝게도 양산은 무산됐다. 결국 ‘에어’라는 멋진 이름은 티볼리 롱보디가 냉큼 가져갔다.
티볼리 출시는 쌍용차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뒤이어 등장한 롱보디 버전 '티볼리 에어' 역시 나름의 수요를 만들었다. 다만 기본형의 균형미가 너무나 뚜렷해 큰 빛을 보지는 못했다.
윗급과의 판매 간섭도 걱정이었다. 티볼리 에어의 차 길이(4480㎜)는 윗급인 코란도(4450㎜)보다 30㎜ 길었다. 충분히 무시해도 좋을 만한 차이였다.
그러나 코란도 고객이 이를 너그럽게 받아주느냐는 문제였다. 끝내 판매간섭을 우려해 자리를 내주고 티볼리 에어는 내수 시장에서 철수했다.
티볼리 에어가 다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은 얼마 안 가 다시 쏟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나 홀로 캠핑에 나서는 캠핑족이 늘어나면서 티볼리 에어를 갈구하는 목소리도 크게 늘었다. 이 무렵 '차박(차에서 숙박)' 문화마저 확산했다. 티볼리 에어가 부활한 것은 이 시장이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새 모델 시승은 서울 도심과 경기도 일대를 넘나들며 약 50㎞ 구간에서 이어졌다. 기본적인 운전 감각은 밑그림이 된 티볼리와 다를 게 없다.
나아가 한번 출시했던 모델의 부활인 만큼, 첫인상도 익숙하다. 직렬 4기통 1.5 가솔린 터보 엔진(최고출력 163마력) 역시 현행 티볼리와 달라진 게 없다.
어색했던 수출형 '윙' 타입 엠블럼 대신 쌍용차 고유의 쓰리서클 엠블럼을 달고 다시 나온 것 정도가 새롭다.
관심의 초점은 쌍용차가 힘주어 강조한 '실내 공간'에 모아진다.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열어보니 소형 SUV 가운데 최대 사이즈 실내가 눈 앞에 펼쳐진다. 실제로 720리터에 달하는 3열 트렁크 공간은 웬만한 중형 SUV 수준이다. 여기에 2열 시트까지 폴딩해서 접어 넣으면 공간은 무려 약 2배(1400리터)까지 커진다.
신발을 벗고 3열 공간에 냉큼 몸을 던져 넣었다. 공간도 꽤 깊숙하다. 차에 올라앉자마자 "이 차가 이렇게 컸던가"라며 감탄사를 반복했다. 트렁크부터 운전석까지 제법 기어들어 가야 하는 크기다.
쌍용차는 2열을 폴딩한 상태의 실내 길이가 무려 1879㎜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키 170㎝에 간신히 턱걸이한 기자의 관점에서 실내가 차고 넘칠 만큼 크다.
이리저리 뒹굴고 엎어져도 부담이 없다. 차 안에 앉거나 돌아누워도 간섭이 없다. 이 정도면 2인용 텐트 따위는 절대 부럽지 않을 듯하다.
레저 문화의 확산이 '언텍트 시대'를 맞아 자동차 캠핑 문화 확산으로 이어졌다. 티볼리 에어가 여기에 발맞춰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단언컨대 B세그먼트 SUV 가운데 캠핑족을 위한 차를 골라야 한다면 티볼리 에어는 최선의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