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워진 '김치 몸값'에 '김포족'들이 포장김치로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여름 길어진 장마로 가파르게 올랐던 배추, 무 가격은 공급이 풀리면서 가격이 떨어져 전년보다 내림세를 보였지만, 고춧가루, 마늘 가격 등 부재료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김장 비용을 밀어올린 것으로 분석한다. 김장을 포기하는 이른바 '김포족'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고정된 포장 김치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김장비용은 19일 기준 29만879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만4063원)보다 5.18% 올랐다. KAMIS가 소매가격조사 기준에 따라 조사된 배추김치 재료 13품목 중 김장 주재료인 배추(20포기)와 무(10개) 올해 가격은 각각 5만9824만원, 1만9429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33.8%, 22.4% 하락했다.
한은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엽근채소관측 총괄팀장은 "배추, 무 시세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안정적이다"라면서도 "고춧가루, 마늘 가격이 작년보다 높다. 여름에 장마가 길어지면서 생산량이 많이 줄어 가격이 오르다 보니 전체적으로 김장 김치 비용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춧가루, 마늘, 굵은 소금 등 부재료 가격은 크게 올랐다. KAMIS에 따르면 고춧가루(1.8kg), 깐마늘(1.2kg)의 가격은 이날 기준 각각 6만 6134원, 1만 1425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5%, 48.1% 오른 수치다. 굵은 소금(8kg)도 이날 기준 1만2532원으로 지난해보다 5.15% 올랐다.
김원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양념채소관측 총괄팀장은 "김치를 담그는 데 고춧가루 비중은 3% 남짓이지만, 올해 생산율 자체가 평년 대비 20% 줄어들어 전체적인 김장 비용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도 김포족 증가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집밥족이 늘면서 김치 구매 횟수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대상 종가집이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총 2845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올해 김장 계획'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3.1%가 ‘집밥 증가로 김치 구매 횟수가 늘었다’라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김장 비용과 포장김치 가격이 비슷할 경우라도 김장에 드는 인건비, 시간과 노력 등을 고려할 때 차라리 사 먹는 게 편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라면서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간편식(HMR) 시장 확대 추세에 포장 김치 시장도 동반 확대되고 있어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