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긴 장마와 태풍이 장기화한 탓에 김장 주재료인 배추와 무 가격이 폭등한 것을 비롯, 마늘, 고춧가루, 대파, 쪽파, 생강 등 부재료까지 줄줄이 가격이 올랐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지난해 김장 비용과 최근 물가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0포기 기준 김장 비용은 28만 6269원이었던데 비해 올해는 42만 3792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해 김장비용 부담이 48%나 커졌다.
김장 재료가 한창 자랄 시기인 늦여름까지 장마와 태풍이 이어지면서 배추, 무의 작황이 악화된 데다 고추도 강풍에 떨어지면서 상품성이 낮은 제품이 많아 고추가루 가격까지 인상됐다.
무엇보다 가장 가파르게 가격이 오른 품목은 배추다. 배추는 태풍과 장마로 수확이 부진해 평당 평균 배추 수확량이 예년의 60% 수준인 평당 5~6포기로 하락했다. 지난해 20포기 배추 가격은 8만4000원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양을 구입할 때 두배 이상 오른 19만 3980원을 부담해야 한다. 배추 가격 상승률만 따지면 130.9%다.
배추에 이어 대파(101.91%), 쪽파(100.80%)도 전년대비 2배 이상 가격이 상승했으며 생강(77.10%), 마늘(51.20%), 무(49.00%) 인상률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그나마 수산물의 가격이 안정세인 것이 김장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위안이다. 굴은 2㎏ 기준 전년대비 40%가량 내린 2만 2600원에 구입할 수 있으며 새우젓도 1㎏기준 12.29% 내린 1만9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굵은 소금 가격도 내림세를 보였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강 모 씨는 “작년에도 배추 가격이 올라 김장 비용이 부담이었는데 요즘 배추 가격을 보면 올해는 김장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분가한 아들에게 김치를 보내주려고 매년 김장을 해왔는데 올해는 포장김치를 구매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포장김치 가격 인상률은 낮은 편이다. 포장김치 업체들은 올 상반기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지만 김장재료 가격 상승폭에 비하면 낮은 한자릿수 수준이다. 대상은 종가집 ‘시원깔끔포기김치(3.3㎏)’를 5.7% 인상한 2만9500원, CJ제일제당 ‘비비고 포기배추김치(3.3㎏)’는 3% 오른 2만9800원으로 각각 가격을 올렸다. 20포기를 포장김치로 구입할 경우 브랜드별로 가격 차이가 있긴 하지만 30만원 내외다. 직접 김장을 할 때보다 10만원 이상 가격이 낮아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