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전세난' 해결을 위해 정부가 19일 전세대책을 내놓았지만 벌써부터 대책의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공급 물량은 획기적으로 늘렸지만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물량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저 '숫자'만 늘린 빈수레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세난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되는 아파트 전세물량 부족 문제는 이번 대책에서 아예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당장 전세난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날 발표된 정부의 '서민ㆍ중산층 주거 안정 지원 방안'은 당초 예정보다 2차례 정도 미뤄졌다. 그만큼 정부의 고민이 깊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부 주요 관계자들조차 대책 발표에 앞서 '뾰족한 묘수'가 없다며 수차례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고심 끝에 정부는 양적 확대와 함께 공급 속도에 초점을 맞췄다. 최악이라는 현재 전세난을 타개하기 위해선 '단기간의 집중 공급 확대'가 답이라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공급 물량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정부가 제시한 공급 물량의 숫자는 결코 작지 않으며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면서 "시장에 공급 확대라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는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공급되는 물량이 수요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지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당장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단기적으로 공급하겠다는 4만9000가구 중 대부분이 3개월 이상 공실인 공공임대주택 3만9000가구다. 이 가운데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은 4900가구에 불과한 상황이다. 수도권도 1만6000가구 뿐이다.
전세난이 가장 심각한 서울·수도권에서 막상 단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입지나 주거 품질 등에서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공실을 활용한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급의 숫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품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공급 물량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공급을 할 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세대주택과 빈 상가, 호텔 등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앞서 발표한 5·6 대책과 8.4 대책에서 나온 내용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공급 물량은 대폭 확대했다. 정부는 수도권에 1만9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앞서 발표한 물량에 비해 3배 정도 늘은 규모다.
그러나 앞서 문제로 지적된 리모델링 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소규모 건물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약속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용도가 다른 건물을 주거용으로 바꾸는 것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며 "여기에 리모델링시 주차장 증설 면제를 해준다는 것은 주차난을 심화시켜 거주 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도 우려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전세난의 원인인 아파트 시장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아파트 전세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이 이번 전세난의 원인인데 정부는 저금리와 가구 수 증가를 전세난 원인으로 봤다. 정부의 잘못된 문제 인식은 전세난을 일으킨 아파트 수요를 무시한채 대부분 소규모 연립ㆍ다세대ㆍ다가구주택을 중심으로 대책을 채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전세난 해소의 핵심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을 전세로 전환하고, 다가구ㆍ다세대주택 임대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전세시장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