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긍정적인 효과가 입증됐다며 부동산 정책 자화자찬 일색이다. 정작 시장에서는 유례없는 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현실을 외면한 채 추가 대책만 늘려가는 양상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현 정부 들어 24번째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다.
실상은 지난 7월 31일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ㆍ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심각하게 가중된 전세 품귀와 전셋값 급등세에 서둘러 마련한 후속 조치다. 대책 이름에 ‘전세’라는 말을 뺐지만 전세대책으로 불리는 이유다. 임대차법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자 정부는 임대차법의 당위성을 피력하는 데 나섰다.
김 장관은 이날 전세대책을 발표하면서 “임대차법 개정 결과 전월세 계약 갱신율이 57.2%에서 66.2%로 높아져 10명 중 7명은 전셋값 부담 없이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임대차법과 거주 의무 강화가 신규 수요자의 진입에 어려움이 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임차인을 보호하고 매매시장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큰 보탬이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세 통계는 보면 집값은 김 장관의 발언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7월 대비 10월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2.42% 급등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70% 치솟았다. 이 기간 주택 매매가격 역시 전국 2.26%, 서울 3.90% 수준으로 대폭 뛰었다. 전세 품귀로 실수요가 매매로 돌아서며 매맷값을 밀어올린 탓이다.
업계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제로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르고, 전월세상한제로 4년치 상승 가격이 한꺼번에 올랐다는 분석에 이견이 없다. 정부는 다른 요인들로 전세난의 주원인을 돌리며 반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의 전세시장 불안은 임대차법 정착 등 정책적인 요인 외에도 저금리 추세와 가을 이사철 계절요인, 가구 수의 대폭 증가 등 상승 압력이 일시에 중첩된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임대차법의 역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정책 수정 없이 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전세난을 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대책으로 대책을 덮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부처 간 엇박자도 드러난다.
이날 전세대책의 주요 내용은 홍 부총리가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대부분 발표했다. 뒤이어 브리핑을 한 김 장관은 주요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추가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쉴 새 없이 쏟아지면서 반복되는 발표 방식이다. 정관계 안팎으로는 주거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기재2부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