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가계수지가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를 보였다. 근로·사업소득이 줄었지만, 공적이전소득이 늘고 소비지출이 급감하면서 흑자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
통계청은 19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530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실질 0.9%) 증가했다고 밝혔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각각 1.1%, 1.0% 줄었지만, 이전소득이 공적이전소득(29.5%)을 중심으로 17.1% 증가한 덕이다. 소득 5분위별로 1분위(하위 20%)와 2분위는 총소득이 각각 1.1%, 1.3% 감소했다. 3분위는 0.1% 증가에 그쳤으며, 4분위와 5분위(상위 20%)는 각각 2.8%, 2.9% 증가했다.
소득 감소는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1분위는 근로·사업소득이 각각 10.7%, 8.1% 줄었다. 2분위는 사업소득이 2.8% 증가했지만, 근로소득이 8.4% 감소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고용시장 환경이 악화하고 자영업황이 부진한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며 “특히 근로소득 감소는 고용시장 환경 악화로 취업인원이 줄고 근로자 가구 비중도 작아진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5분위는 사업소득이 5.4% 늘었는데, 5분위에서만 자영업황이 좋았다기보단 근로자·자영업자 구성비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4만5000원으로 1.4%(실질 2.0%)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식료품·비주류음료(18.7%), 가정용품·가사서비스(19.8%), 보건(12.8%) 등이 늘었지만, 의류·신발(-13.6%), 교통(-12.4%), 오락·문화(-28.1%), 교육(-13.6%) 등은 급감했다. 비소비지출도 가구 간 이전지출(-28.7%), 비영리단체로 이전지출(-10.4%)을 중심으로 4.6% 줄었다.
이에 따라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6만1000원으로 3.2% 증가했다. 흑자액과 흑자율도 각각 131만6000원으로 15.3% 증가하고, 30.9%로 3.2%포인트(P) 상승했다. 기업에서 매출이 줄었음에도 더 큰 폭으로 비용이 줄어 흑자가 확대되는 ‘불황형 흑자’의 형태다. 저소득 가구에서 소비·비소비지출이 더 큰 폭으로 줄어 흑자액과 흑자율 증가·상승 폭도 더 컸다.
1·2분위 소득 감소로 분배 상황은 다소 악화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2인 이상 비농림어가)은 올 3분기 4.88배로 전년 동기(4.66배)보다 0.22배 확대됐다. 이 수치는 1분위와 5분위 간 ‘가구원 수의 제곱근으로 나눈 처분가능소득(경상소득-비소비지출)’의 격차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8월 중순 이후 4차 추가경정예산안 등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시장소득 감소가 커 소득·분배여건 개선에는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회의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어 4분기 소득·분배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방역과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인만큼,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서로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민생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전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