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신고했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증거를 확보한 상태라면 감면 대상자인 ‘조사협조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 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감면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A 사 등 기계설비공사 업체들은 2008년 10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연도 및 건식에어덕트 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낙찰예정사와 입찰가격을 합의하고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사는 2014년 5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담합행위를 인정하는 내용의 확인서와 담합협의금을 받은 통장거래내역 등을 제출하면서 감면신청을 했다.
공정위는 이미 제보자의 제보, 현장조사 등을 통해 공동행위를 증명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이유로 감면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 사는 공정위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사는 “제보자가 제출한 증거는 전체 담합행위에 대한 기초자료 수준에 불과했다”며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1순위 조사협조자는 아니지만 2순위 조사협조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며 A 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령의 문언, 체계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공정위가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이후 증거를 제공한 공동행위 참여자는 1순위 조사협조자는 물론 2순위 조사협조자도 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정거래법이 조사협조자 감면제도를 둔 취지와 목적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참여한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증거자료를 제공한 것에 대한 혜택을 부여해 참여사들 사이 신뢰를 약화시키고 보다 쉽게 적발·증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해 제재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가 이미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증명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이후에는 ‘조사협조자’가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