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을 옥죄는 규제를 더 강화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영끌’(영혼까지 끌어쓴다는 뜻)로 인한 주택 구매가 어려워졌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달 30일부터 연봉 8000만 원 이상 고소득자가 신용대출을 1억 원 이상 받을 경우 개인 단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40%(비은행권 60%)가 적용된다.
또 신용대출을 1억 원 넘게 받고 1년 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사면 대출금을 2주 안에 갚아야 한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연체자가 되고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될 수 있다. 다만 회수 대상은 30일 이후 신규 대출받은 금액이다.
이달 30일 이전에 1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이미 받은 경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대출 수요자들이 규제 강화 전 ‘막차’를 타려고 대책 시행일인 30일 이전에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소득자가 지나치게 많은 신용대출을 받는 것을 막고, 이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려는 게 이번 규제의 취지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젊은 부부들의 ‘집 구매’도 덩달아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봉 8000만 원, 신용대출 1억 원 초과자에 DSR 40%면 꽤 임팩트가 크다는 평가들이 나온다”며 “젊은 부부들이 ‘영끌’로 각자 1억~2억 원씩 신용대출을 받아 3억~4억 원을 만들어서 집을 사는 일이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한 상태에서 서민들이 대출 없이 집을 구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DSR 규제에 더해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중복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실제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무주택자들에게는 더더욱 주택 구입을 어렵게 하는 것일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금융당국이 은행별 ‘고(高) DSR 대출 비중’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가계대출 전반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중은행은 DSR 70%를 초과하는 대출액을 현재 전체 대출 총량의 ‘15% 이내’에서 ‘5% 이내’로, DSR 90%를 초과하는 대출 비중을 현재 ‘10% 이내’에서 ‘3% 이내’로 각각 낮춰야 한다. 목표 수치를 맞추도록 금융당국이 설정한 시한은 내년 1분기까지다. DSR은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 부채를 제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보인다. 이번 대책으로 개인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 자체 고 DSR을 관리하도록 했기 때문에, 결국 전체 가계 대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