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체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인데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안정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각종 금융지원 정책으로 인한 착시효과일뿐 지원 기간이 만료되는 내년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은행 연체율은 0.3%로 1개월 전보다 0.07%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종전 최저치(지난 6월 말 현재 0.33%)보다 0.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다. 9월 말 연체율은 1년 전과 비교하면 0.14%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연체율이 늘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나타낸건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금융 지원 패키지 효과가 반영됐다"며 "아직 코로나19 여파가 현실화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내년 상반기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3월까지인 코로나19 관련 대출만기 연장을 지시했다. 이 조치가 종료되는 직후부터 연장분의 상당부분이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은행권 자본건전성 강화 유도로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0.37%로 1개월 전보다 0.09%포인트, 1년 전보다 0.2%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각각 0.28%, 0.4%로 작년 9월보다 0.36%포인트, 0.16%포인트씩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대출을 세부적으로 보면 중소법인 연체율이 작년 9월보다 0.21%포인트 내린 0.53%였고 개인사업자 대출은 0.09%포인트 내린 0.25%였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2%로 전월 말보다 0.05%포인트, 작년 9월보다 0.07%포인트 각각 내렸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1년 전보다 0.06%포인트 내린 0.16%였고, 신용대출 등 그 밖의 대출 연체율은 0.09%포인트 하락한 0.36%로 집계됐다.
9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1조 원으로 지난해 9월(1조4000억 원)과 재작년 9월(1조3000억 원)보다 적었다. 올해 7·8월(각 1조3000억 원·1조1000억 원)에 비해서도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