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성북구와 강북구, 은평구 등 외곽 지역의 소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10억 원대에 이르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가중된 전세난으로 전셋값이 치솟자,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몰리며 매맷값을 밀어 올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주택 매매시장이 안정세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임대차법 강행으로 전셋값과 매맷값이 모두 오르는 악순환을 불렀다는 비판이 거세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와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업체 아실 등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8단지래미안’ 전용면적 59.99㎡형은 최근 10억 원에 매매 거래됐다. 동일 평형의 직전 거래가인 9억500만 원에서 1억 원가량 치솟은 가격이다.
이 단지는 5월부터 10월까지 8억~9억 원대 매맷값을 보이다가 단숨에 10억 원대에 진입했다. 현재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도 10억 원 선으로 형성돼 있다.
12월 입주를 앞둔 성북구 장위동 ‘꿈의숲아이파크’ 전용 59.1㎡형의 입주권은 지난달 9억9500만 원에 팔렸다. 앞서 전용 59.49㎡형 입주권도 9억75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입주 시기가 임박하면서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현재 59㎡ 기준 10억 원 아래로는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분양가를 보면 조합원 물량은 3억 원 중반대, 일반분양은 4억 원 중반대였는데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외곽의 소형 아파트값 급등세는 은평구와 강북구 등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은평구 녹번동 ‘힐스테이트녹번’ 전용 59.93㎡형의 경우 8월과 9월에 각각 9억7500만 원, 9억6000만 원에 나갔다. 호가는 10억 원을 웃돈다.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와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3차’ 전용 59㎡형도 각각 9억4000만 원과 9억3500만 원에 나가며 10억 원대를 앞두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 59.36㎡형은 지난달 22일 8억5000만 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9월 29일 8억 원에서 한 달 새 5000만 원 뛴 값이다. 현재 호가는 9억 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개정 임대차법 시행 이후 나타난 전세시장 불안은 일정부분 인정하면서도, 매매시장은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주장해 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택 매매시장에 대해 “보합세 내지는 안정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매매시장의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매물 품귀와 전셋값 급등세가 이어지자, ‘차라리 집을 사자’고 눈을 돌린 실수요층이 몰리면서 매맷값을 밀어 올리는 중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서울 외곽의 소형 아파트 위주로 풍선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강북구와 은평구는 올해 들어 이달 첫째 주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각각 1.81%, 1.14% 상승했다. 지난해 동기 강북구는 0.28%, 은평구는 –0.19%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 기간 성북구도 –0.13%에서 0.78%로 뛰면서 올해 서울 평균(0.60%)을 웃돌았다. 구로구는 2.40%의 상승률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고, 금천구도 1.24% 올랐다.
국회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저가 소형 아파트마저 집값이 올라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됐다”고 지적하며 “(공급 위주로)주거 정책의 전반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