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거래 조사 금융ㆍ세금납부 정보 조회 요청권ㆍ전자계약 의무화 등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불공정 행위 감시를 위해 설치할 ‘부동산거래분석원(분석원)’의 윤곽이 드러났다. 분석원은 ‘부동산판’ 금융정보분석원(FIU) 모델로 구성되지만 하는 일은 ‘금융감독원’에 가깝다. 부동산 업계는 분석원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권한남용 우려를 제기했다.
8일 국회에 따르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분석원 설립 근거를 담은 ‘부동산 거래 및 부동산 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을 6일 발의했다. 사실상 당정 협의로 발의된 이번 법안은 이르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애초 분석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8월 지시한 부동산시장 감독기구로 명명될 예정이었지만, 감독이 아닌 이상 거래 감시에 더 초점을 맞추기 위해 FIU 모델로 최종 결정됐다.
분석원은 이름과 다르게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분석원은 국토교통부 산하 기구로 출범하지만, 부동산 의심거래 확인을 위해 금융사에 대출 계좌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또 국세청 세금 납부 내용도 조회할 수 있다. 부동산 범죄와 탈세, 금융감독 규정 위반 사항도 들여다볼 수 있다. 금융사는 금융거래 정보와 신용정보 제공을 요청받으면 이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애초 분석원 설립 단계에서 논의된 수사권(특사경) 권한과 기소권(검찰)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 대신 분석원은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 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이상 거래 행위 신고 접수와 이를 조사하는 권한을 갖는다.
아울러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도 의무화했다. 서울 강남구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부동산 거래 정보 관리가 필요한 곳은 전사계약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해 분석원이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부동산매매업(기획부동산)과 정보제공업, 자문업, 분양대행업은 신고 및 등록 제도를 도입해 관리하도록 했다.
진 의원은 “불공정거래행위와 교란행위를 근절해 부동산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립할 것”이라며 “선의의 부동산 소비자를 보호하려면 시장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분석원의 역할론에 대한 의문과 함께 시장 왜곡을 우려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존 실무에서 처리하던 작은 사안을 분석원이라는 통합조직에서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던 감독 기능을 통합한 것인데 이는 이상론에 가까운 기구”라고 말했다. 또 시장감독 강화에 따른 거래 위축과 권한 남용 우려도 제기했다.
분석원은 설립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초 정식 출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