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에게 탄소 배출량 감축은 어느덧 ‘기업 생존’이 달린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내년 출범하는 ‘신기후체제’ 하에서 세계 주요국은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2050년 탄소중립(Net Zero·넷제로)을 선언하면서 산업계의 시선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쏠린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이같은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녹색경영 모델을 구축했다. 이석희 대표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 콜에 직접 나서 “변화한 환경 속에서 경제적 가치 창출만으로는 지속 성장엔 한계가 있다"며 녹색경영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직접 내비치기도 했다.
대표적인 활동은 2018년 발표한 ‘ECO(Environmental&Clean Operation) 비전 2022’이다. 2022년까지 2016년 대비 4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 개발과 장비 개선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대체 에너지 인프라 구축 세 가지 전략을 폈다.
목표 달성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2022년 이후 환경보호 활동 로드맵도 마련한다.
SHE(안전 보건 환경) 환경팀 민상근 TL은 “탄소중립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며 “친환경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그린 플랜트(Green Plant)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천 캠퍼스 내 641kW 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설비는 월평균 약 60MWh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건물 내 식당 조명 등에 자체 전력을 공급한다.
90% 이상 높은 질소산화물(NOx) 제거율을 자랑하는 De-NOx 시스템은 이천 사업장을 비롯, 신규 팹인 M16과 청주 사업장까지 설치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민 TL은 “온실가스뿐 아니라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질소산화물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품 유통 과정에서 나오는 매연도 감소 대상이다. 사업장 내부부터, 이천ㆍ청주 사업장 간 협업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화물 차량들을 전기차로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화물 차량들이 뿜는 매연은 하루 8톤, 연간 2600톤에 달한다.
구매 물류팀 임상준 TL은 “향후 전기차 배터리 제조 기술 등이 발전해 대형 차량도 전기차로 대체가 가능해지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제품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쓰이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이다. 임 TL은 “반도체 칩 손상을 막기 위해 겉면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사용된다”며 “플라스틱 포장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유관조직과 지속적으로 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온실가스 감축은 더 이상 몇몇 기업만의 과제가 아닌, 인류의 생존 차원에서 범지구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됐다”며 “작게는 사무실 전기를 아껴 쓰려는 노력부터, 나아가서는 기업이나 정부에서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 관련 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