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를 계약하고 잔금 치를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너무 올라서 계약이 깨질까봐 중도금을 미리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매도인이 ‘왜 중도금을 미리 입금했냐’며 계약 파기하겠다고 난리네요.
#. 아파트를 샀는데 매도인이 무르자고 하네요. 계약하고 나서 호가가 5000만 원이 더 올랐거든요. 이미 중도금까지 다 집어넣었는데 매도인은 아예 연락 두절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집값 급등이 빚은 요지경이다. 위 사례는 최근 몇 달간 서울ㆍ수도권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벌어진 일이다. 계약했을 때보다 집값이 수천만 원씩 더 오르자 일부 매도인들이 몽니를 부린 경우다. 이런 사례는 법적 다툼까지 가더라도 매도인은 계약을 따를 수밖에 없다.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앞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은 공인중개사와 함께 변호사까지 동석해 계약서를 쓰는 촌극이 일상으로 자리 잡을지 모른다.
집값은 올랐지만 정작 행복하다는 사람은 몇 없다. 정부는 3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과 재산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을 적용하면 시가 9억 원 이상 아파트를 보유한 가구는 내년 보유세 부담이 최대 60% 이상 늘어난다. 시가 9억 원 미만 아파트 보유가구는 세금 폭탄은 피했지만 어쨌든 재산세를 더 내야 한다.
집값이 오르자 전셋값도 덩달아 올랐다. 여기에 임대차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물건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나가달라고 부탁하면서 ‘퇴거 위로금’을 줬다는 소식과 세입자가 다른 전셋집을 구할 수 없어 집주인에게 알아서 보증금을 더 올려주겠다고 했다는 얘기가 동시에 들려온다.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 집값이 급등했다”고 말한다. 반만 맞는 말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 상황에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추가하자 시장 왜곡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정부는 유동성 핑계만 대기엔 너무 많은 일을 벌였다.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민간 임대공급 완화책과 임대차 보호법 수정안을 내놓아야 한다. 잘못된 정책이 시장을 금방 달궜듯이, 적절한 정책은 시장을 또 금방 식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