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익숙한 광경

입력 2020-1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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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산 금융부 기자

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등 금융협회장들의 임기가 조만간 만료됨에 따라 늘 보던 현상이 반복된다. 임기 만료가 임박해지면 근처에 떠도는 익숙한 이름이 등장하고, 관료 출신이냐가 논란이 됐다가 회장 인선 절차가 완료되면 조용해진다. 임명된 후에는 각자 다른 통계에 잡힌다. 관료 출신이었다면 정권의 입맛대로 임명된 사람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깜짝 인사라는 평가를 받으며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들 협회는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임박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보면 앞으로 관료 출신들이 차기 회장으로 채워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금융노조와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관료 출신의 인사 임명을 반대했다.

이것이 수십 년을 반복해온 금융권의 클리세다. 노조나 시민단체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제시하지 않고 그저 외부에서 내려오면 반대하고 나선다. 금융산업의 발전이나, 소비자 보호 등을 매번 똑같이 외칠 뿐 실체가 없는 얘기들이다. 반복해서 똑같은 곳을 찌르니 비판의 날이 무딜뿐더러, 방어하는 방식도 쉬워진다. 이렇다 보니 서로 생산성 없는 논쟁만 계속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협회로선 관이냐, 민간이냐보다 이익을 대변해주는 이가 필요하다. 손익계산서에 필요한 항목은 많은데, 바깥에선 주야장천 관이냐 민간이냐를 논하고 있다. 대선후보가 토론장에서 이념 논쟁만 반복하는 꼴이다. 후보 면면마다 몸담은 곳이 다르고 집중했던 역할도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이분법적 구분 속에선 이들 후보가 제대로 평가받을 리 만무하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창의성이 결여됐다”고 평가할 정도다.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업계도 익숙한 영업방식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졌다. 비대해지는 빅테크, 핀테크 등과 견주어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곳곳에서 변화와 혁신을 외치는데, 여전히 이곳은 관성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누가 뭐래도 조직의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수장이다. 그렇다면 금융권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돼야 할까. 다음번 회장 인선에선 해묵은 논쟁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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