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매물 정리 이어질 듯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아파트 전용면적 114㎡형과 대전 유성구 '죽동 푸르지오' 아파트(전용 84㎡·시세 6억 원)를 가진 A씨는 올해 보유세로 952만 원가량을 부과받았다. 2030년까지 A씨가 집 두 채를 그대로 갖고 있으면 보유세 부담이 3896만 원까지 늘어난다. 지금 집값이 10년 동안 제자리에 있어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 등이 인상되는 데다 보유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6월이 시장 향방을 읽을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본다. 6월을 기점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세율이 줄줄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내년 6월 이후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처분하면 2주택자는 기본세율(6~42%)에서 20%포인트(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P 양도세 세율이 중과된다. 현행 세율과 비교하면 각각 10%P씩 높다.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종부세 세율도 규제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는 과세표준에 따라 1.2~6.0%로 올라간다. 올해 규제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0.5%~3.2%)보다 두 배가량 높아졌다.
문제는 세율뿐 아니라 과세표준도 함께 늘어날 판이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3일 공동주택은 2030년,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9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50~70%인데 이를 90%까지 올리면 대부분 주택에서 시세에 맞춰 공시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재산세와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매기는 과세표준인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세금 부담이 더 무거워진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지역이나 가격대에 상관없이 추진된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로 세금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중ㆍ저가 주택(공시가격 6억 원 이하) 한 채만 가진 가구엔 재산세를 3년간 감면해주기로 했지만 다주택자는 집값에 상관없이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주택자는 세율 인상과 공시가격 상향, 두 가지 악재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시간도 촉박해 매년 공시가격이 시세에 맞춰 상향 조정되는 만큼 주택 보유세가 갈수록 늘어난다.
지방 매물 우선 내놓을 듯……"내년 집값 상승 동력 떨어질 것"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주택자 정도는 전ㆍ월세 등으로 버틸 여력이 있겠지만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증여나 매매 등 주택 수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이들이 주택을 꾸준히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이 내놓는 주택이 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일시적으로 유예된 올 상반기에는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면서 아파트값이 약보합 양상을 보였다. 함 랩장은 "매물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나 다주택 수요가 줄어든 만큼 내년엔 매매가격 상승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택 수를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제한된 상태에서 다주택자들이 투자성이 떨어지는 쪽부터 정리에 들어갈 것이라고도 예상한다. 반대로 말하면 집값 상승 여력이 높거나 적어도 떨어지지는 않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평균 아파트값(3.3㎡당 3901만 원)과 강남구 아파트값(7160만 원) 격차는 지난달 통계 작성 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다만 가격 상승 폭이 작고 수요가 뒤따르지 않는 지방 주택의 경우 원정 투자자가 내놓는 물건으로 인한 시세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방에 주택을 가진 원정 투자자의 경우 법인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선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