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양도세 강화, 부동산 투자 부추긴다?

입력 2020-11-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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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 발표에도 20~30대의 서울아파트 매수세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은 21일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의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 지난달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 발표에도 20~30대의 서울아파트 매수세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은 21일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의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내년 4월이면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이 현행 10억 원에서 그 이하로 확대될 방침이어서 주식 시장의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금리 기조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올해 주식 시장에 몰렸지만 이마저 정부가 칼을 꺼내들면서 자산 시장인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 갈 수 있단 분석이다.

2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부동자금으로 분류되는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1200조 원을 돌파했다. 원계열·평잔 기준 전월대비 19조4000억 원 증가한 1213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대주주 기준을 두고 당정의 기싸움이 길어지면서 갈 곳 잃은 여윳돈이 부동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역대급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지만, 일부 신축 아파트가 신고가를 기록한 데다 수조 원 대의 3기 신도시 보상금이 풀릴 경우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란 관측이다.

한 증권사 PB는 "주식 투자의 큰 매력은 양도세 비과세인데 이번에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강화해 내년 큰손의 보유 물량이 줄 수 있다"며 "초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때문에 삼성전자에 목돈을 묻어두는 개인이 늘고 있는데 대부분 3억 원이 넘는 경우가 많아 다른 투자처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추진하는 대주주 기준 확대 방침이 실현되면 새로 대주주에 편입되는 투자금은 약 42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말 기준, 특정주식을 3억 원 이상~10억 원 미만 보유한 주주의 보유금액은 총 41조5833억 원으로 조사됐다.

윤 의원은 "약 40조 원에 해당하는 3억~10억원 구간 해당 주주들이 신규 대주주로 편입되면 내년 4월을 대비해 올해 말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하는 매도세가 과거보다 규모 면에서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 보유세와 양도세 폭탄을 맞은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주식 시장에서의 양도세보다는 부동산이 그나마 안정적이고 가격 하락이 크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대주주 기준을 놓고 정부는 기존 3억 원보다 완화된 개인별 5억 원을 제시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년 유예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산세율에 대해서도 정부는 완화대상 공시지가 6억 원 이하 1주택자로 제시한 반면 민주당은 9억 원 이하를 고수해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내년 4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 만큼 표심에 영향을 주는 재산세 완화에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분위기다.

이러한 인식에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 접수 인원도 역대 최다(34만3076명)를 기록했다. 지난해(29만8227명)보다 약 5만 명이 늘어 1983년 공인중개사 제도가 도입된 후 가장 많은 접수 인원이 몰렸다. 시험 접수자의 연령대는 40대 32%, 30대 29%로, 30∼40대가 10명 중 6명을 차지해 올해 주식 시장을 이끈 3040에게 결국 부동산 투자가 답이 아니겠냐는 풀이다.

아울러 대주주 기준에 사모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한 주식까지 합산되면서 주식 매도는 가속되고 있다. 각종 사고로 사모펀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양도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환매 강도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연말 기준 사모펀드 주식 포트폴리오에 대해 '깜깜이' 상태에선 투자자가 별도 보유한 지식과 함쳐 3억 원이 넘는지 알기 쉽지 않아서다. 이에 사모펀드에서 쏟아내는 주식 물량은 1조8500억 원에 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기준 변화가 있던 2017년 말과 지난해 말 각각 평년보다 3.4배, 3.8배 많았다"며 "올 연말은 더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42조 원에 달하는 주식이 시장에 나오면 이 투자금은 결국 부동산 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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