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 2위 삼성·현대차 '노사동행경영' 잰걸음

입력 2020-11-0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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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상견례로 교섭 첫 단추…“새로운 노사관계” 출발 다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노조 직접 만나…그룹 출범 후 처음…“신산업 시대 산업 격변 노사가 함께 헤쳐 나가야”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삼성전자 단체교섭 상견례 및 1차 본교섭에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오른쪽 두번째)과 최완우 삼성전자 DS부문 인사기획그룹장(전무, 왼쪽), 나기홍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왼쪽 두번째) 등 노사 교섭위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삼성전자 단체교섭 상견례 및 1차 본교섭에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오른쪽 두번째)과 최완우 삼성전자 DS부문 인사기획그룹장(전무, 왼쪽), 나기홍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왼쪽 두번째) 등 노사 교섭위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재계서열 1,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달라진 노사 경영을 펼치며, 새로운 노사관계 출발을 예고했다.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삼성전자는 노사 상견례로 교섭 첫발을 내디뎠다. 현대차는 2000년 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의선 회장이 총수 자격으로 노조 지도부를 직접 만나 소통 의지를 다졌다.

삼성전자노동조합공동교섭단과 삼성전자 회사 측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상견례 겸 1차 본 교섭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공동교섭단 측 교섭위원으로 김민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공동교섭단 교섭위원 11명이 참석했다.

사측에서는 나기홍 부사장을 비롯해 교섭위원으로 최완우 전무 등 11명이 참석했다.

이날 상견례에서는 단체교섭과 관련한 기본 원칙과 함께 교섭위원 활동시간 보장, 단체교섭 준비를 위한 임시사무실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 기본 합의서에 노사 교섭위원들이 각각 서명했다.

공동교섭단과 사측은 이날 본 교섭에 앞서 지난달 두 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다음 교섭은 이달 17일 개최될 예정이다. 양측은 월 4회 정기교섭을 진행하고 필요 시 실무교섭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나 부사장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이 자리는 삼성의 새로운 노사관계, 노사문화를 만들어가는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노사 모두가 상호 이해하고 동반자로서의 중요성도 인식해가면서 상생과 협력적인 노사관계의 모델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지를 잇기 위해 앞으로 삼성이 노동조합, 노동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동교섭단은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와 상급 단체가 없는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 노조 4곳이 모여 구성돼 있다.

지난 9월 구성된 공동교섭단은 30년 무노조 경영의 사슬을 끊고 삼성전자 내 최초의 단체협약을 쟁취하겠다는 목표 아래 교섭을 추진해 왔다.

재계는 이번 노사 교섭 시작을 계기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이제 다시는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좌측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사진제공=현대차)
▲지난달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좌측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그룹 역시 신산업 시대 산업 격변 시기를 노사가 힘을 모아 헤쳐나가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30일 울산공장 영빈관에서 하언태·이원희 사장 등 경영진과 함께 이상수 현대차 노조 지부장을 만나 오찬을 함께하며 면담했다.

오찬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직후 열렸다. 미래차 행사가 끝난 뒤 자연스럽게 오찬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 회장은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직원들의 만족이 회사발전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 회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현장 동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 회장은 노사 간의 단체협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조합원 고용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방안을 노사가 함께 찾자”고 제안했다.

이 지부장은 “품질문제에 있어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현대차는 “1시간 반가량 이어진 오찬자리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격의 없이 진행됐다”며 “참석자들은 산업 격변기에 노사의 협력 방안 및 여러 현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2000년 현대차그룹 출범 이후 총수가 노조와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경우 한때 12명에 달했던 부회장단에 노무담당 부회장을 둘 만큼, 노무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를 전면에 앞세웠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노조를 직접 만난 것은 그동안 현대차 최대의 리스크 가운데 하나였던 노사관계를 총수가 직접 나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협상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기아차 노조를 포함한 계열사 다른 노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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