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3분기 실적이 외형성장면에서 대체로 선방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병원 방문 기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과 종근당 등 업계 상위 제약사들의 외형과 수익성이 함께 성장했다. 유한양행은 3분기 매출액 4166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하면서 연간 누적 매출 1조 원을 가장 먼저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143.1% 성장한 247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종근당은 매출액 3575억 원, 영업이익 485억 원으로 각각 27.5%, 139.5% 증가했다. 종근당은 올해 3개 분기 연속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이다. 특히 코로나19로 폐렴구균백신의 매출이 크게 늘면서 외형성장을 주도했다.
위탁생산(C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로 바이오의약품 CM0 수요가 크게 늘면서 창사 이래 최대 호황을 맞았다. 호실적을 거뒀다. 매출액은 2746억 원, 영업이익 565억 원으로 각각 49%, 139% 늘었다.
그러나 업계 대표 기업들이 모두 세자릿수 수익성 성장을 달성한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323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사노피에 기술수출했던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반환되면서 공동연구비 500억 원에 달하는 공동연구비를 일시 반영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적이 급감한 북경한미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동아에스티 역시 해외사업부가 부진했다. 주력 품목인 '캔박카스' 등의 수출이 줄면서 3분기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1.5% 감소한 406억 원에 그쳤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내원환자가 줄면서 주요 사업부문인 전문의약품(ETC) 매출도 뒷걸음질쳤다.
개별 기업들은 주요 품목 포트폴리오에 따라 2분기부터 실적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제약사 대부분은 매출 구성에서 ETC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원환자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대형 제약사들은 타격이 크지 않지만, 제네릭에 의존하는 중소 제약사들은 ETC 매출 감소로 직격타를 맞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성질환 중심 회사가 아니라면 내원환자 감소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주요 제약사들의 매출에서 ETC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4분기도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사업도 실적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다. 북경한미는 지난해 한미약품 매출 1조 원 달성의 최대공신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료 유입으로 수익성 반등에 성공한 유한양행도 주력 수출 품목인 C형간염 치료제 수요가 감소하면서 해외사업부문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도 업계 전반의 외형성장은 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종근당 등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갈아치우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성과가 기대된다. 이에 따라 업계의 '부익부 부익빈'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