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월세가격도 뒤따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 품귀로 인해 주택 수요가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일 KB부동산 월간 주택시장동향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월세가격은 지난달 0.40% 상승했다. 강북권이 0.40% 강남권이 0.39% 각각 올랐다.
서울 아파트 월셋값은 9월 0.78% 급등한 바 있다. 강북이 0.88% 강남이 0.69% 뛰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월세지수 증감률(지난해 말 대비)은 8월 0.52%에서 9월 1.31%로 치솟았다. 강북은 0.25%에서 1.14%, 강남은 0.78%에서 1.48%로 뛰었다.
10월 월세지수 증감률은 1.71%로 한층 더 올라갔다. 강남은 1.88%, 강북은 1.54%를 기록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개정 임대차법 시행 이후 월셋값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8㎡형은 최근 보증금 6억2000만 원, 월세 160만 원에 거래됐다. 9월 같은 면적의 전세 거래가(보증금 6억 원, 월세 60만 원) 대비 보증금과 월세가 모두 뛰었다.
인근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59.88㎡형은 지난달 초 보증금 5억 원, 월세 63만 원에서 최근 보증금 6억 원, 월세 88만 원으로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는 “저금리 기조에서 집주인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보증금보다 월세를 더 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매물은 없고 수요는 많기 때문에 집주인 요구대로 계약이 이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을 통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의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존 계약의 경우 전월세 전환율이 2.5%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다. 10월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3.67%로 집계됐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A단지 세입자는 “최근 전세를 반전세로 돌렸는데 계약갱신청구권을 나중에 쓰기 위해 보증금은 5%만 올리고, 새로 추가하는 월세는 집주인이 원하는 선에 맞춰 내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층 대비 공급량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심각한 전세난에 맞물려 월세 역시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공급자 중심의 주택시장 구조상 집주인의 요구에 따른 이면계약 등 세입자의 부담은 실제 표면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진단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집이 한 채인데 수요자가 10명이면 집주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공급을 늘리고 규제를 푸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