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가 사측과 협상을 결렬하고 파업 절차를 밟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철강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노조가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5개 지회(충남지부, 포항지부, 인천지부, 광전지부, 충남지부 당진(하)지회)는 지난달 3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했다.
조정 신청은 어떤 사안에 대해 노사 양측의 견해가 커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때 중노위에 조정 요청을 하는 것이다.
노조의 조치는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사측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노사는 올해 9월부터 8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노동지원격려금 500만 원, 교대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또 9~11일까지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중노위 조정안을 노사가 동의하지 않고, 조합원들이 쟁의행위 안건을 통과시키면 현대제철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사측이) 코로나로 인해 노동조합의 투쟁이 어렵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며 “사측이 지금 그대로만 한다면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가 강경책을 꺼내 들면서 현대제철의 올해 임단협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생겼다. 작년 임단협 때도 현대제철 노사는 9개월간의 갈등 끝에 올해 3월이 돼서야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철강사들은 코로나19로 예년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3분기 예상보다 좋은 실적(334억 원)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영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실제 프랑스 등 유럽 일부 지역은 경제 봉쇄 조치를 내렸다.
현대제철과 달리 다른 철강사들은 일찌감치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동국제강 노사는 올해 6월 주요 철강사 중 가장 먼저 임단협을 타결했다.
포스코 노사 또한 8월 협상을 끝냈다. 양측은 경영실적 악화를 고려해 기본임금은 동결하되, 고용을 인위적으로 조종하지 않는 조건에 합의했다.
매년 임금 인상 논의로 골머리를 앓는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또한 9월 타결했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극복 격려금 120만 원 등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