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집중돼 있던 세계 태양광 산업의 공급망이 다변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서플라이 체인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공급 안정성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국가들이 탈(脫)중국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태양광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발자국이 낮은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도 중국의 의존도가 줄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탄소발자국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의 총량을 의미한다.
2일 태양광 업계와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태양광 밸류체인을 장악한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유럽 등에서 태양광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미국 태양광 협회(SEIA)는 미국 기업들에 서플라이 체인의 탈중국을 요구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에선 가격 경쟁력 탓에 밀렸던 태양광 산업이 부활하고 있다. 노르웨이 태양광 회사 REC 실리콘은 지난달 미국 태양광 제조업체인 바이올렛 에너지와 함께 태양광 웨이퍼와 잉곳 등을 현지에서 제조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해 5월 중단했던 미국 내 폴리실리콘 설비도 가동할 예정이다.
유럽과 인도 역시 자국 내 태양광 제품의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 업체의 실적 하락도 이러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다코(Daqo)는 최근 3분기 판매량 가이던스를 당초 1만7000톤에서 1만3643톤으로 하향하며 판가 상승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를 언급했다”면서도 “하지만 가격이 크게 높아진 한국 공장까지 가동률 높아지고 있어 판가로 판매가 줄었다는 것은 이해가 어려우며, 향후 서플라이 체인 다변화의 움직임을 관측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태양광 산업의 중국 집중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중국의 공급망이 무너지면 산업 전반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기업들이 중국 이외의 또 다른 제조기지를 물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는 폴리실리콘의 탄소 문제가 거론됐듯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태양광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려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태양광 모듈에 대한 탄소 인증제가 최근 시행되며 태양광 제품의 생산과정에서부터 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유럽 역시 탄소 국경세를 논의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제품을 구입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국내 태양광 업체인 OCI도 앞으로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의 발전원 중 수력과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할 계획인 점도 이러한 움직임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글로벌 태양광 산업의 변화에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측면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있는 만큼 크게 의존도가 줄지는 의문”이라면서도 “만약 세계 각국이 환경 보호 정책이 강력하게 시행된다면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업이 늘어나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