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쿠폰이요? 관심 없어요”
30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식당가의 한 백반집. 15평 남짓한 식당에서 홀로 탁자를 걸레로 연신 훔치던 사장 A(68)씨에게 ‘소비쿠폰 재개된 것 아시냐’고 묻자 차가운 냉소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30년 동안 이 자리에서만 백반을 팔았다는 A씨는 “아까 방송에서 보긴 봤다”라면서 “하지만 크게 달라질 게 있겠냐”라고 했다. 8대 분야 소비쿠폰 중 외식·영화쿠폰 발행이 재개된 지 약 두 시간이 흐른 뒤였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30일 오후 4시부터 다음 달 1일 자정까지 외식, 영화쿠폰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잠정 중단됐던 8대 분야 소비쿠폰을 다시 제공키로 한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침체한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업계에서는 ‘소비 진작’에 대한 기대감과 ‘반짝 소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A 씨는 “어차피 잠깐만 좋아지는 것 아니겠냐”라면서 “거리 두기가 1단계로 내려갔을 때도 그 일주일만 장사가 좀 됐지, 지금은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미 여의도 직장인들이 배달이 익숙해져 매장을 찾는 이가 크게 줄었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A씨는 “(소비쿠폰이) 그렇게 솔깃한 제안은 아닌 것 같다”라면서 “임대료에 식재료,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피가 마를 지경”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인근 생선구이 전문점 사장 B 씨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소비가 좋아질 것 같기는 하다”라면서도 “여의도 식당가는 주말에 거의 장사를 안 해서, 주말에만 주어지는 외식 쿠폰 혜택이 이 곳 상인들의 매출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외식 쿠폰은 매주 주말 식당을 세 번 2만 원 이상 사용하면 네 번째 외식 시, 1만 원이 환급된다.
소비쿠폰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비슷한 시각에 찾은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사장 C씨는 “소비쿠폰이 뭐냐”라고 되물었다. 기자의 설명을 들은 후에야 C씨는 “4시부터 시작이라고는 했는데, 그 이후에 온 손님 중 소비쿠폰을 이야기하는 걸 보지 못했다”고 했다. 식당을 찾은 직장인 D씨와 E씨는 “소비쿠폰이란 것도 있었냐”고 반문했다.
극장가는 오랜만에 흥행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의 신촌 아트레온 CGV는 영화를 보러온 손님들로 적잖이 붐볐다. 영화관 입구 쪽에서는 'CGV 미소지기'가 고객들의 발열 체크와 QR코드 작성을 돕느라 분주했다.
실제로 예매율도 크게 늘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CGV 예매율은 일주일 전 같은 시간대와 비교했을 때 25% 정도 증가했다. 지난 28일부터 진행된 영화쿠폰 다운로드를 받은 고객 수는 이미 3만 명을 넘어섰다.
CGV 관계자는 "개봉 영화 라인업이 달라서 영화 할인권 효과를 예매율로 직접 비교해 말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이번 영화쿠폰 사업이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극장에서도 방역을 성실히 이행하고 관객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관람권 할인 혜택이 재개된 것은 고객과 극장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