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회사들의 담합행위로 손해를 본 농민들이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농민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약 8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홍기찬 부장판사)는 30일 농민 1만8131명이 남해화학·DB하이텍·팜한농 등 13개 비료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총 39억4315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들 비료회사는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농협중앙회가 발주한 비료 입찰에 참여하면서 가격과 수량을 사전 합의하는 등 담합을 벌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이러한 담합을 적발해 8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농민들은 "경쟁가격보다 높게 형성된 낙찰가격으로 계약을 해 손해를 입었다"며 2012년 9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비료회사들의 담합행위가 "입찰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해 경쟁을 통해 낙찰자가 결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했다"며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해액 감정 결과 비료회사들의 담합행위로 인한 비료 가격이 가상의 경쟁가격에 비해 2∼16%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 따라 배상액을 인정한 손해액의 50%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비료회사 입장에서는 농협중앙회 입찰에서 많은 이윤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도의적 차원에서 비료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다는 점을 배상액 제한의 근거로 들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농민들의 대리인 송기호 변호사는 "비료회사들이 얻은 부당이득은 약 1조6000억 원"이라며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전국 농민들은 소멸시효가 지나 1원도 배상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독과점을 적발할 때 소비자가 입은 피해액도 동시에 발표해 피해 배상 청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