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문가를 연이어 영업하던 쿠팡이 달라졌다. 최근 들어 국내파를 잇달아 영입하기 시작한 것. 나스닥 상장 추진으로 자금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던 올해 초와 달리 최근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비롯해 경쟁사 및 납품업체와의 연이은 충돌에서 해결 실마리를 찾기 위해 대관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강한승 전 김앤장 변호사를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28일 밝혔다. 강 사장은 쿠팡 합류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서울고등법원 판사, 국회 파견 판사,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 및 UN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정부대표, 헤이그 국제사법회의 정부대표 등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일했다.
강 사장은 앞으로 쿠팡의 법무 및 경영관리 분야 전체를 총괄하게 된다.
쿠팡은 지난 7월 추경민 서울시 전 정무수석을 부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추 부사장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서울시에서 정무보좌관과 기획보좌관을 거쳐 2017년 12월 정무수석으로 발탁됐다. 그는 2018년에는 박원순 시장 캠프에 합류해 박 시장의 3선을 돕다가 지난해 5월부터 정무수석을 지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쿠팡은 해외파 및 글로벌 인재를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케빈 워시를 이사회에 끌어들였고, 나이키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며 외부 회계감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 등을 담당한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영입했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최근까지 약 30억 달러(3조5000억 원)가량을 지원 받았다. 하지만 ‘위워크’ 지원 등으로 큰 손실을 본 손 회장은 “앞으론 5년에서 7년 내 순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금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쿠팡은 자구책으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해외인재를 적극 영입해왔다.
해외인력 대신 국내파 인사 영입으로 선회한 배경은 정부의 온라인 업체 규제가 까다로워지고, 제조·납품업체와의 마찰,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해결할 과제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입법 추진단(가칭)’ 내부에 상거래 분과를 설치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마켓 플랫폼 기업들이 중개사업자라는 이유로 소비자 피해에 ‘모르쇠’로 대응하는 경우가 늘자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 플랫폼법)’ 제정과 별개로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통해 공정위는 플랫폼에서 판매된 상품에 소비자 피해가 나올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관여도에 따라 판매자의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온라인몰이 일정 부분 함께 배상하게 하는 방식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롤렉스나, 발렌시아가 등 가품 판매로 물의를 빚었던 쿠팡 입장에서 적잖히 부담스러울 법한 조치다.
유통업체와의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LG생활건강으로부터 신고당했고, 위메프 역시 쿠팡이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의 가격 인하를 방해하고 납품업체에 상품 할인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고 제소했다. ‘쿠팡이츠’ 출시와 함께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도 마찰이 생겼다.
최근 들어서는 택배·배달 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이슈가 되면서 대구물류센터의 단기직 사원 사망에 대한 논란도 있다. 택배 분류노동을 하다 20대 노동자가 숨졌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쿠팡은 고인이 택배 분류와는 무관한 포장지원업무을 맡았고, 업무 강도가 낮은 편이었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온라인 규제가 강화되는 데다, 타 업체와의 잡음에 이어 배달 노동자의 사망까지 쿠팡은 국내 이슈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