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모든 유형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90%까지 올리기로 하면서 시장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유형과 시세별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 속도를 달리해 고가 주택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오후 서울 양재동 한국감정원 수도권본부에서 국토연구원 주관으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공청회에 앞서 국토연구원은 국토부 용역을 받아 진행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 결과를 발표했다. 로드맵은 현재 50~70% 수준인 부동산 현실화율을 90%까지 맞추되, 유형과 가격대별 도달 속도와 시점을 달리한 방안들이 담겼다.
이에 공청회 토론에 나선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동일한 부동산은 과세 가치가 동일해야 한다”며 “고가 부동산에 높은 현실화율을 적용하는 것은 조세 정의에 어긋난다”라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도달 목표나 방식 모두 중요하지만 거시경제의 충격이나 조세 저항을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면서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조세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시가격은 시장 가치가 아닌 행정 목적의 가격을 도출하는 과정”이라며 “근본적인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표치 설정을 얘기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광훈 법무법인 세양 대표변호사는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낮다는 점과 지역별, 유형별로 현실화율이 편차를 보이는 문제가 있다”며 “급격한 상승은 부동산 소유자 간 조세 불평등과 국민적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부동산 가격은 수시로 변동할 뿐 아니라 정확한 평가도 어려워 현실화로 인한 세금부담 증가 등의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면서 “가격 산정에는 신뢰성이 바탕 돼야 목표가 의미 있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공평 과세가 되지 않고 있고, 산정 기준이 정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시세 반영률 수치나 산정 기준 등을 검증하지 않은 채 장기계획을 세우는 게 우려된다. 지금부터라도 자료를 공개해 대안이나 개선책이 담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순미 중앙감정평가법인 이사는 “경기에 따라 시세 반영률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년도 시세에 구애 받지 않도록 해 시세를 정확하게 잡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위원은 “언론에서 세금 폭탄 프레임으로 공격하겠지만 정부가 용기를 냈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이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라 실거주의 수단이 되는 미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0년 정도 기간을 설정하는 게 좋다고 본다”면서 “상황이 괜찮다면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