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3차 계획 기간을 두 달여 앞두고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기술의 부족으로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3차 배출권 할당계획’에 의하면 3차 계획 기간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지난 2차보다 약 4% 강화되고, 유상할당 비율은 3%에서 10%로 확대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 364개사를 대상으로 ‘배출권거래제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3차 계획 기간(2021~2025년)에 ‘온실가스 감축 투자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36.3%에 그쳤다고 26일 밝혔다.
앞선 1차 계획 기간(2015~2017년)과 2차 계획 기간 당시 조사에서는 각각 76.3%, 62.9%가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온실가스 감축 투자 계획이 없는 이유로 ‘감축 투자 아이템 부족’(59.1%)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금 조달 어려움’(21.1%), ‘배출권 가격 불확실성’(7.3%), ‘배출권 구매 우선 고려’(6.5%), ‘코로나 등에 따른 배출량 감소’ (5.6%) 등을 꼽았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3차 계획 기간에 정부가 추진해야 할 중점과제 1순위로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ㆍ보급’(30.3%)을 꼽았다. 이어 ‘배출권 가격 안정화’(28.8%), ‘감축 투자 자금지원 확대’(23.7%), ‘감축 투자 인센티브 확대’(10.9%), ‘외부 감축 사업 확대’(6.2%) 등을 요청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 기술의 발전 없이 감축 목표만 높게 잡으면 산업 생태계뿐만 아니라 일자리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며 “2030년 국가 감축 목표 수립 당시 계획한 온실가스 감축 기술의 발전 수준을 점검하고 체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지난 1ㆍ2차 계획 기간 중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한 애로로 ‘배출권 가격 급등락’(2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감축 투자 아이템 부족’(25.1%), ‘과도한 행정부담‘ (20.5%), ’잦은 제도 변경‘(19.4%), ’배출권 유동성 부족‘(9.5%) 등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배출권 가격은 2015년 1월 8600원에서 시작해 급등락을 거듭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는 4만 원대로 급등했다가 8월에 1만 원 후반대까지 급락했고, 최근 2만 원 중반대로 다시 올랐다.
이지웅 부경대 교수는 “배출권 가격의 변동성이 크면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투자, 배출권 매매 등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우리보다 먼저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EU,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배출권 시장 안정화 조치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지난 1ㆍ2차 계획 기간이 배출권거래제 시범운영 단계였다면 3차 계획 기간부터는 본격시행 단계이므로 감축 기술을 육성하고 배출권 가격을 안정화해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기업으로부터 징수하는 배출권 유상할당 수익금이 매년 수천억 원 이상이므로 이를 온실가스 감축 기술의 개발·보급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