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이건희 회장이 25일 타계했다. 한국 경제를 발전시킨 ‘재계 거목’으로 꼽히는 이 회장이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 일화도 전해진다.
이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개를 좋아했다. 그는 유년시절 도쿄 유학 중 외로움을 느껴 개를 기르기 시작했다.
이 회장의 반려견 사랑은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연구로 발전했다. 1979년에는 일본 세계견종종합전시회에 순종 진돗개 한 쌍을 직접 출전시켜 우리나라 최초로 진돗개 원산지를 입증했다. 그는 순종을 고르기 위해 진돗개를 150마리까지 키워보기도 했다.
이 회장이 가장 사랑했던 개는 1986년부터 키운 ‘벤지’란 이름의 요크셔테리어다. 벤지가 10년 만에 늙어 죽자 포메라니안을 새로 입양한 이 회장은 또 벤지란 이름을 붙였다.
그는 환갑을 맞아 ‘이건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사진첩을 제작했는데 벤지는 손자ㆍ손녀들 다음으로 등장했다.
이 회장의 ‘개 사랑’은 사회공헌활동으로도 이어졌다. 삼성은 1993년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안내견학교를 설립해 지금까지 200여 마리를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분양했다.
이건희 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부터 자동차에 심취했다. 자동차 자체에 매료돼 유학을 마칠 때까지 여섯 번이나 차를 바꿔 탔을 정도다. 직접 자동차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자동차 구조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습득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자동차 사랑’은 삼성이 1995년 자동차 사업에 뛰어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에세이에 “나는 자동차 산업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공부했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전 세계 웬만한 자동차 잡지는 다 구독해 읽었고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 경영진과 기술진을 거의 다 만나봤다. 즉흥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고 10년 전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연구해왔다”라며 자동차 산업에 대한 깊은 애착을 표현했다.
이 회장은 2009년에 경기 용인 에버랜드 안 자동차 경주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타고 홀로 레이싱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5년 전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보유한 1억 원 이상 수입차는 총 124대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477억 원 규모다. 가장 비싼 차는 ‘부가티 베이론(9SA15)’으로 국토부에 등록된 금액은 26억6337만 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