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별세] 삼성의 발전사가 곧 한국 산업의 역사

입력 2020-10-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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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반도체ㆍ스마트폰 사업 추진…한국 산업, 전자ㆍIT 전환에 기여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하며 삼성과 한국 산업을 전자ㆍIT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사진제공=삼성)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하며 삼성과 한국 산업을 전자ㆍIT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사진제공=삼성)

삼성의 발전사는 한국 경제가 발전한 역사와 궤적을 같이 한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하며 삼성과 한국 산업을 전자ㆍIT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사재 털어 시작한 반도체 사업, 일본 제치고 세계 1위로

이 회장은 1974년 개인재산을 털어 반도체 사업에 착수했다. 당시 이병철 선대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반도체가 가능하겠느냐"며 사업 진출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반도체가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에 부합하고, 한국과 세계 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 주장하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 한국의 산업 현실에서 반도체 사업은 위험 요소가 너무나 많았다. 대규모 장치사업인 만큼 막대한 자금은 물론 첨단기술의 확보, 반도체를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했다. 경공업에 머물러 있던 한국 현실에서 반도체 사업은 상상 속의 일과도 같았다.

삼성은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하나씩 성과를 냈다. 1975년 전자손목시계용 집적회로 칩을 개발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당시 최첨단이던 3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 설비도 부천 공장에 갖췄다. 1982년에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고, 1986년 7월 1메가(M) D램을 생산하며 반도체 산업을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했다.

이 회장이 취임한 1987년은 세계 반도체 산업이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었지만, 그는 투자를 되레 늘렸다. 1987년 이후 삼성전자는 4년 연속 연평균 3억9600만 달러를 반도체에 쏟아부었다. 당시 일본 4대 반도체 회사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2.8배나 많은 수치다.

결국, 삼성전자는 1992년에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며 일본을 제치고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0년 16라인 반도체 기공식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0년 16라인 반도체 기공식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D램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휴대용 기기에 많이 사용되는 플래시메모리, 시스템 메모리 분야에서도 투자와 개발을 지속하며 발전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16M D램 양산을 위해 세계 최초로 8인치 웨이퍼를 채택한 것도 이 회장의 결단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웨이퍼는 6인치가 대세였다. 8인치 웨이퍼는 6인치보다 생산량이 두 배 많지만, 기술적인 부담이 커 누구도 쉽게 선택하지 못했다.

이 회장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기보다는 8인치로 즉시 올라서는 것을 선택했다. 실패하면 당시 1조 원의 손실이 예상됐지만, 세계 1위 반도체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그때가 적기라고 판단했다. 결국, 삼성은 1993년 10월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D램 부문)로 부상하며 결실을 보았다.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2001년 세계 최초 4기가 D램을 개발한 데 이어 △2007년 세계 최초 64기가 낸드 플래시 개발 △2010년 세계 최초 30나노급 4기가 D램 개발ㆍ양산 △2012년 세계 최초 20나노급 4기가 D램 양산 등의 성과를 거듭했다. 그 결과 2018년 세계 D램 시장 44.3%를 차지했다.

애니콜, 1995년 국내 시장 1위…갤럭시S2 출시로 스마트폰 사업 질주

▲휴대폰 시장의 트렌드가 스마트폰으로 바뀌던 2010년, 삼성은 ‘갤럭시S 시리즈’를 선보여 선두 애플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휴대폰 시장의 트렌드가 스마트폰으로 바뀌던 2010년, 삼성은 ‘갤럭시S 시리즈’를 선보여 선두 애플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도 마찬가지다. 신경영 선언 이듬해인 1994년, 반도체 성공에 안주하지 않은 삼성은 향후 급속한 성장이 기대되는 휴대폰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 모토로라가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다. 예상대로 시장은 녹록지 않았지만, 삼성의 휴대폰 브랜드 애니콜은 1995년 8월에 51.5%의 점유율로 모토로라를 제치고 국내 휴대폰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이후 애니콜의 인기는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휴대폰 시장의 추세가 스마트폰으로 바뀌던 2010년, 삼성은 ‘갤럭시S 시리즈’를 선보여 선두 애플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2011년 4월에 출시된 갤럭시S2는 성능이 개선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춰 4000만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때부터 삼성의 본격적인 스마트폰 질주가 시작된다.

삼성은 갤럭시S2를 시장에 선보인 2011년 3분기,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2012년부터 세계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취임 당시 9조 원이던 그룹 매출, 25년 만에 40배 성장

▲이건희 회장이 1987년 회장에 취임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1987년 회장에 취임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회장 취임 이후 삼성그룹도 양적ㆍ질적 성장을 거듭했다.

1987년 이 회장 취임 당시 9조9000억 원이었던 그룹의 매출은 2013년 390조 원으로 25년 만에 40배나 성장했고, 수출 규모도 63억 달러에서 2012년 1567억 달러로 25배 커졌다.

시가 총액은 1987년 1조 원에서 2012년에 300조 원을 넘어섰다. 총자산은 500조 원을 돌파했다. 세계 사업장의 고용 인원도 10만여 명에서 약 42만5000명으로 늘었다.

계열사 수 역시 비상장사를 포함해 17개에서 83개로 증가했다. 신세계, 한솔, 새한 등 계열 분리된 기업을 제외한 것이다.

브랜드 가치도 빠르게 높아졌다. 브랜드 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는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 9위인 329억 달러로 추산한다.

▲1987년 이 회장 취임 당시 9조9000억 원이었던 그룹의 매출은 2013년 390조 원으로 25년 만에 40배나 성장했다.  (연합뉴스)
▲1987년 이 회장 취임 당시 9조9000억 원이었던 그룹의 매출은 2013년 390조 원으로 25년 만에 40배나 성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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