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사가 ‘웨어러블 로봇(입는 형태의 로봇)’을 생산 공장에서 시범 운영한다. 생산직의 노동강도를 완화하고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25일 기아차와 전국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에 따르면 노사는 ‘웨어러블 로봇’을 생산 현장에 시범 적용키로 합의했다. 웨어러블 로봇은 노동자의 근력을 보조하는 기구로 옷처럼 입을 수 있는 형태다. 이 로봇을 착용하면 많은 힘이 들어가는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사가 시범 운영할 로봇은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첵스(CEXㆍChairless Exoskeleton)’와 ‘벡스(VEXㆍVest Exoskeleton)’다.
‘의자형 착용 로봇’인 첵스는 앉은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무릎 관절 보호 시스템이다. 자동차 생산 공정에는 무릎을 굽히고 구부정하게 앉는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첵스를 착용하면 하체로 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첵스의 무게는 1.6㎏에 불과하지만, 150㎏의 하중을 버틸 수 있다. 벨트 형태로 착용하기 때문에 쉽게 탈착할 수 있고, 키에 따라 조절도 가능하다. 현대차 자체 실험에 따르면 첵스를 착용하면 허리와 하반신 근육의 부담이 80%가량 줄어 작업 효율이 높아졌다.
벡스는 상반신의 부담을 줄여주는 ‘윗보기 작업용 착용 로봇’이다. 무거운 공구를 상반신 위로 들고 일하는 공정을 돕기 위한 장치다. 이를 착용하고 작업하면 최대 60㎏가량의 힘을 더해줘 목과 어깨에 무리가 덜 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의 전기 공급도 필요 없다.
노사는 일단 시범 운영 단계라고 선을 그었지만, 향후 웨어러블 로봇의 효과가 입증되고 기술이 고도화하면 생산 현장에 본격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노조 관계자는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조합원이 많아 웨어러블 로봇을 시범 운영하게 됐다”라며 “노동강도 완화는 집행부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운영 일정은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을 미래 모빌리티의 한 축으로 보고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임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지만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개인용 플라잉카(PAV)가 30%, 로보틱스(로봇과 공학의 합성어)가 20%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로봇이 미래 모빌리티의 한 분야임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로보틱스팀을 설립하고 산업용 로봇 사업을 추진해왔다. 로보틱스랩으로 이름을 바꾼 팀은 첵스와 벡스를 차례로 개발한 뒤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과 조지아 기아차 공장에서 시범 운영하며 데이터를 쌓았고, 기술 완성도를 높여왔다.
웨어러블 로봇 외에도 로보틱스랩은 서비스 로봇,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룸서비스와 고객 안내 등을 담당하는 ‘호텔 서비스 로봇’, 영업 현장에서 고객에게 차를 소개하는 ‘판매 서비스 로봇’, 전기차가 충전기 앞에 정지하면 로봇 팔이 자동으로 충전구를 찾아 충전을 시작하는 ‘전기차 충전 로봇’, 실내에서는 두 바퀴로 달리다 실외에서는 세 바퀴로 변신하는 1인용 이동 플랫폼 ‘로보틱 퍼스널 모빌리티’ 등이 개발되고 있다.
산업용 로봇 시장은 향후 전망도 밝은 상태다.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25년까지 매년 4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