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5G 서비스 불완전 판매에 책임을 지고, 보상금을 지급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액으로는 크지 않은 규모지만, 5G 서비스에 관한 공식 보상 선례가 될 수 있어 업계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21일 이동통신 3사는 전날 참여연대가 공개한 ‘5G 불통’ 분쟁조정 권고안에 관해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가 이통3사와 5G 불통 피해자 18명에게 제시한 분쟁조정 권고안을 공개했다.
이통3사의 분쟁조정안 수용 기간은 21일까지다. 다만, 조정위의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안이기 때문에 이통3사가 수용하지 않더라도 법적 강제력이 동원되진 않는다.
이번 분쟁 조정은 지난해 12월 21명의 5G 이용자가 참여연대에 조정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참여연대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정위에 이통3사를 상대로 한 분쟁 조정을 신청했고, 중도에 조정을 철회한 3명을 제외한 나머지 18명에 대한 조정안이 공개됐다.
5G 서비스와 관련해 이통사에 보상책임을 권고하는 분쟁조정안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유사한 분쟁조정을 진행하지만,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를 포함해 분쟁조정 안이 공개된 적은 없다.
공개된 분쟁조정안에 해당하는 인원은 총 15명으로 18명 중 조정안을 수용한 3명은 제외됐다.
신청인들은 5만~35만 원의 보상금을 받아야 한다는 조정안을 받았다. 조정안을 공개한 15명은 보상금을 받을 기회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이를 공개한 것이다. 5G를 사용하며 피해를 호소하는 모든 이용자에게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동감했기 때문이다. 15명이 이용한 통신사는 △SKT 5명 △KT 6명 △LG유플러스 4명이다.
5만~35만 원의 합의금은 신청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책정됐다. △5G 서비스를 활용해 생업에 종사하는 경우 △5G 가용지역 확인 동의서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5G 기지국 설치 현황 △가입 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소지가 충분했는지 여부 등이 각각 고려됐다.
한범석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장은 “조정위원회가 3차례나 위원회를 열어 신청인 대리인 참여연대와 이통3사의 주장을 모두 듣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중재안을 만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5만~35만 원이라는 금액이 가입 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책정돼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지만, 이 정도라도 이통 3사가 공식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지난해 4월 5G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의 경우 이미 18개월을 사용해 기지출한 통신비가 144만 원가량인데 합의금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는 뜻이다.
문은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지금까지 이통사는 5G 불통 문제에서 가입할 때 불편을 충분히 설명했고, 여기에 소비자가 서명했기 때문에 보상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이번 조정안은 그런데도 최소 5만 원 이상 보상하라는 안이 나온 것으로 소비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15명 중 가장 높은 금액인 35만 원을 보상금으로 권고받은 신청인은 경남 김해시에 사는 LG유플러스 이용자였다. 그는 총 12개월 1일 동안 월 7만5000원씩 냈다. 조정위는‘5G 가용지역 확인 동의서를 받지 않았고, 김해시는 5G 기지국 설치가 미미한 지역’이라는 점을 근거로 보상금을 책정했다.
참여연대는 분쟁조정에 참여하는 통신사의 태도도 지적했다. 조정안에 따르면 KT는 3차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KT 서비스를 이용하는 신청자에게 막무가내로 연락해 자택을 방문해 5G 신호 세기를 측정하겠다고 했다. 신청인이 주장하는 피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이지만, 그 시기와 방법이 강압적이고 급작스러웠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5G 문제가 개별적이고 비공개적인 보상으로 이루어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통3사가 합리적인 기준으로 보상안을 만들어 피해자 모두에게 보상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통 3사는 조정안을 수용할 시 5G 서비스 보상에 대한 선례를 만들 수 있어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다만, 이번 조정안에 수용된다고 해서 5G 서비스와 불완전 판매에 불만이 있는 기존 소비자들도 일괄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은옥 간사는 “이번 분쟁조정에서는 참여연대가 법률대리인으로 나서 증거 자료를 제출했지만, 개개인이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지금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정부가 입법 예고한 ‘집단소송제’가 통과되길 바라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이통 3사가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시 계획에 대해서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분쟁조정보다 긴 시간이 결려 큰 결심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문 간사는 “이통 3사가 조정안을 어떻게 수용할지, 또 현재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