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건설기계 사업을 하는 두산밥캣이 두산그룹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미국 주택건설 시장이 유례없는 활황을 누리면서 제품 판매량이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이다. 두산밥캣의 활약은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두산그룹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의 3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000억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작년 같은 기간(1066억 원)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이다.
두산밥캣은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두산밥캣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억2518만 달러(약 1433억 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47% 감소했다.
두산밥캣이 빠르게 회복한 이유는 미국 주택시장 호황과 연관 있다. 올해 미국 신규주택 착공 건수는 예년보다 많이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로 집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이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자연스레 두산밥캣의 소형 건설기계 수요는 상승했다.
두산밥캣의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주택건축 업체들의 경기 체감도를 지수화한 주택시장지수는 지난달 역대 최고치인 83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미국 주택시장은 크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한다.
두산밥캣은 한때 두산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2007년 두산그룹에 인수된 이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두산그룹이 인수자금(약 5조7000억 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금액을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했는데, 금융위기 여파로 차입금에 막대한 이자가 붙은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산밥캣은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두산밥캣의 스키드 스티어로더(SSL)와 콤팩트 트랙로더(CTL)는 미국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에는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변수에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영업이익(4억923만 달러ㆍ약 4690억 원)을 달성했다.
두산밥캣의 활약은 두산에도 고무적이다. 두산은 현재 두산중공업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계열사 및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매각 리스트에는 두산밥캣 모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도 포함돼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 중인 두산밥캣 지분(51.05%)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주요 자산들이 팔리는 상황에서 남은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은 두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두산밥캣의 선전으로 두산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두산은 두산밥캣 선전에 힘입어 미래 먹거리 양성에 매진한다.
수소드론 사업을 하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 협동로봇을 하는 두산로보틱스는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자 신제품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역량을 키우기 위해 인재도 꾸준히 모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