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내수 소비 어려운 만큼 무역협정 등 해외 눈 돌려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에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선 가난마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신규 빈곤층 상당 수가 동남아 경제를 지탱해 온 중산층 노동자에서 비롯된 만큼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필리핀 내 폐쇄한 기업들의 절반가량이 재기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필리핀은 동남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다.
필리핀 마닐라 소재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라메시 수브라마니암 국장은 “올해 아시아의 신규 빈곤층 집계에서 필리핀은 인도에 이어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필리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2분기 기준 동남아 주요 5대국의 경제성장률은 일제히 하락했다. 인도네시아는 마이너스(-) 5.3%를 기록했으며,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각각 -17.1%, -16.5%를 기록했다. 싱가포르(-13.3%)와 태국(-12.2%) 역시 크게 떨어졌다. 이에 이들 국가는 실업수당을 비롯한 경기부양책에 수십억 달러를 각각 투입한 상태다.
전문가는 동남아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내수소비가 차지하는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크리얀카 키쇼어 연구원은 “소비 부진 등이 고용시장을 계속해서 몰아붙이고 있다”며 “이는 회복의 장기화를 야기하며, 우린 2022년까지 동남아의 GDP가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2% 적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유엔 세계개발경제연구소는 최악의 경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3억4740만 명이 하루 5.5달러 미만의 소득을 벌 위험에 처해있으며 이는 전 세계 3분의 2에 달하는 수치라고 경종을 울렸다.
내수 침체가 계속되는 만큼 다자간 무역협정 등 해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HSBC은행 아시아·태평양 책임자인 스투아트 타잇은 자카르타포스트에 “동남아는 3대 무역 부문(상품, 전자, 섬유) 모두 수요가 정체됨에 따라 경제적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며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및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과 같은 다자간 무역 협정에 참여해 더 많이 개방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도했던 보호주의 장벽은 이제 성장의 장벽이 되고 있다”며 “지금 같이 불안정한 시기엔 변화를 수용하고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