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의 연내 일반분양이 결국 물 건너갈 전망이다. 옛 조합과 현 조합원 모임의 격화된 싸움이 맞소송으로 비화되더니 법정 판결마저 지연되는 분위기다. 5000가구에 육박하는 일반분양 물량을 학수고대하던 청약 대기자들은 장기화하는 내홍에 청약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갈등 고조에 법정 판결 늦어져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현 조합원 모임과 기존 조합이 벌이는 맞소송 판결이 당초 예상보다 미뤄질 전망이다.
앞서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비상대책위원회)는 조합 측의 일반분양가 책정에 불만을 품고 지난 8월 기존 조합 집행부를 전원 해임한 뒤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그러자 기존 조합은 임시총회 무효 가처분 신청으로 맞대응했다.
당초 조합원 모임은 1차 심리가 열렸던 지난달 9일을 기준으로 한 달 뒤쯤인 이달 초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기존 조합은 해임총회 서면결의서를 검토할 기간으로 2주를 요청한 뒤 추석연휴 직전인 25일 다시 검증 기간을 10월 중순으로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둔촌주공 조합원 관계자는 "우리 조합원 모임도 지난달 29일 더이상의 검증기간은 안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추가 검증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보다 판결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기존 조합이 열 예정이었던 9월 5일 총회는 오는 11월 28일로 연기된 상태다. 이 총회에서 기존 집행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규제나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방안을 놓고 논의할 계획이다. 조합원 모임은 그러나 기존 집행부는 지난 8월 8일을 기점으로 권한이 없어진 만큼 총회를 열 수도 없고 총회를 소집해도 응할 조합원이 없다는 입장이다. 소송으로 번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면서 결국 둔촌주공의 연내 분양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은 연내 분양이 물건너 갔다는 게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라며 "상한제 아래에서 선분양과 후분양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후분양은 시공사들이 막대한 공사비를 선투입해야 해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분양 일정 오리무중... 예비 청약자들 "연내 정리될 줄 알았는데..."
문제는 선분양도 만만찮다는 데 있다. 분양가 상한제 첫 적용 단지인 강동구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옛 벽산빌라 재건축 단지)은 일반분양가가 3.3㎡당 2569만 원으로 HUG가 제시했던 가격(3.3㎡당 2730만 원)보다 더 낮아졌다.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 내에서 상한제 적용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여론이 적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셈법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둔촌주공은 총 1만2032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로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그만큼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청약 대기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시장에선 이 단지를 두고 "강남에 입성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말도 돌았지만 둔촌주공의 분양 일정은 현재로선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청약 가점이 70점인 한 예비청약자 K씨는 "입지가 좋고 가구수가 많아 당첨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대기했지만 분양 일정이 너무 미뤄져 조금씩 지치고 있다"며 "그 사이 너무 많은 '로또 단지'를 놓치다 보니 이제 둔촌주공만이 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온라인 카페엔 K씨처럼 둔촌주공만 바라보다가 이탈 조짐을 보이는 예비 청약자들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