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대한 고용보험을 적용할 때 의무화 대신 가입 예외, 임의 가입 등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고란 보험설계사, 캐디,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등과 같이 근로자가 아니면서 자영업자처럼 사업주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사람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특고 관련 업체 151개사를 대상으로 ‘특고 고용보험 도입에 대한 업계 의견’을 조사한 결과 관련 업계는 “특고 고용보험 도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특고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와 유사한 성격이므로 이를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9월 ‘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의 하나로 특고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 관련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특고는 고용보험에 당연가입 △사업주와 특고가 고용보험료 공동부담 △사업주가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을 관리 등이 주요 내용이다.
업계는 특고 고용보험 도입 자체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근로자와 같은 방식인 ‘정부안에 찬성’(24.7%)하는 의견과 ‘정부안을 보완해 도입’(48.0%)하자는 의견을 합하면 72.7%의 응답 기업이 특고 고용보험 도입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정부안에 대해서는 반대가 많았다.
응답기업 10곳 중 9곳은 특고가 원치 않으면 예외를 인정하는 ‘Opt-out(가입 예외) 방식’(64.2%) 또는 ‘임의가입 방식’(23.8%)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정부안인 ‘당연가입 방식’에 동의하는 기업은 10.6%에 그쳤다.
이처럼 ‘당연가입 방식’에 반대하는 것은 특고의 실업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특고의 비자발적 실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다’는 응답이 84.1%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고는 업무 부적응, 소득 부족 등 개인적 사유로 스스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오히려 대다수 특고 직종에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회사가 계약을 종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료를 사업주와 특고가 절반씩 부담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더 많았다.
현재 근로자의 고용보험료는 기업과 근로자가 각각 급여의 0.8%(총 1.6%)를 분담하고 있고, 자영업자의 경우 2%를 전액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업계는 특고가 자영업자 성격이기 때문에 근로자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료 역시 ‘특고가 모두 부담’(26.5%)하거나 ‘사업주가 일부 부담하더라도 특고보다는 적어야’(31.8%) 한다는 응답이 58.3%에 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근로자는 회사에 종속돼 있지만 특고는 독립적ㆍ자율적으로 일을 하는데, 근로자와 똑같이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며 “최소한 특고가 사업주보다는 더 많이 부담해 근로자와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안대로 특고 고용보험이 입법될 경우 해당 산업의 생태계와 노동시장에 미칠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먼저 특고 고용보험 관리를 사업주에게 맡겨 ‘관리 부담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정부안에 의하면 특고 관련업체가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탈퇴를 신고하고 보험료를 원천징수해 납부해야 한다.
응답기업의 94%가 ‘관리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답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특고가 자신의 소득에 따라 스스로 고용보험 가입ㆍ탈퇴를 관리하고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저성과 특고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성과가 낮은 특고에 대한 계약해지 가능성’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라는 응답이 74.2%에 달했다.
지금까지는 성과가 다소 낮은 특고라도 계약을 유지해 왔지만 고용보험이 의무화하면 새로 추가되는 비용과 부담까지 고려해 계약 체결이나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특고 고용보험 도입이 노사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업주가 특고 고용보험료를 분담할 경우 이를 빌미 삼아 특고가 근로자와 같은 대우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노동계에서는 특고에 대한 노동삼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 인정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72.8%가 ‘고용보험 적용이 노사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인식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특고는 근로자와 성격이 다르므로 주요국에서도 고용보험에 당연가입으로 하지 않는다”며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특고 당사자와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이면서 연착륙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