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다. 심판을 청구한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5일 법원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조현식 부회장은 이날 서울가정법원에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제출했다. 참가인은 청구인과 같은 자격을 갖는다. 사실상 성년후견 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힌 것이다.
조 부회장의 참가신청서 제출로 한국타이어 집안의 대결 구도는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분쟁은 7월 30일 조양래 회장의 큰딸인 조희경 이사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며 시작됐다.
한정후견은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성년후견제도의 하나다.
조 이사장은 아버지가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모두 넘겨준 점을 언급하며 “조 회장이 건강한 상태로 자발적 의사 결정이 가능한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앞서 조양래 회장은 6월 26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둘째 아들인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그룹 지분 23.59%를 모두 넘겼다. 합산 지분 42.9%를 갖게 된 조 사장은 최대주주에 올랐고, 업계에서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조 사장을 제외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조희경 이사장(0.83%) △조현식 부회장(19.32%) △차녀 조희원 씨(10.82%) 등 30.97% 수준이다.
이후 조현식 부회장도 8월 25일 입장문을 통해 “건강상태에 대한 논란은 조 회장 본인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주와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인 절차 내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히며 성년후견 심판 참여를 공식화한 바 있다.
다만, 조희경 이사장 측은 조현식 부회장과 조 이사장이 손잡은 모양새로 비치는 것에 부담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 이사장은 성년후견 심판 청구에 대해 "회사 경영이나 재산권을 문제 삼기 위해서가 아니다. 회사 내에서 아버지의 평소 뜻과 다른 결정이 내려지며 당혹스러웠고, 객관적인 판단을 받을 방법이 성년후견 심판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경영권과 재산에 관심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다른 직계 가족인 차녀 조희원 씨가 별도의 입장을 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조양래 회장은 조 이사장이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다음 날 입장문을 내고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경영을 맡겨왔고, 그간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라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 두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