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투자한 8인치 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가 공식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지난달 모체인 매그나칩 반도체에서 분사한 이후 홀로서기를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8인치 파운드리 시장 호황에 맞춰 SK하이닉스가 ‘틈새시장’ 선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인치 제품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 자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IC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키파운드리는 최근 법무ㆍ제품개발 엔지니어ㆍ재무회계 부문에서 신입사원을 채용 중이다.
이는 키파운드리가 3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와 크레디언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매각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공식 채용이다.
분사 이후 8월 키파운드리로 법인 이름을 확정했고, 재무회계 등 회사 경영과 밀접하게 관련된 인원을 새로 충원하며 독자 경영 체제로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사모 운용사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SPC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49.8%를 출자했다. 총 투자 금액은 2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초기 납입금(15%)으로 투입한 자금 318억 원을 기준으로 역산한 수치다.
키파운드리는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2004년 10월 비메모리 부문을 분리해 매각한 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과 청주공장(팹 4)이다. 8인치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고, 월 생산능력(CAPA)은 9만 장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매각했던 회사에 다시 투자를 감행한 건 최근 주목받고 있는 8인치(200㎜) 파운드리 사업 성장성을 지켜보기 위한 선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전체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8인치 시장도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8인치 장비 업체가 과거 업황이 좋지 않을 때 많이 철수하다 보니 공정에 맞는 장비를 구하기 쉽지 않다”라며 “8인치 사업을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내린 선택”이라고 말했다.
과거 8인치 파운드리는 ‘구식 공정’이라는 박한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선호하는 분위기에 따라 틈새시장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8인치 웨이퍼는 12인치 웨이퍼보다 웨이퍼 1장당 반도체 생산량이 적지만, 생산 단가는 더 저렴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8인치 수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관련 업체는 공장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분위기”라며 “중국 SMIC가 미국 제재 영역 안에 들어가면서 국내 업체들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8인치 생산량이 올해 600만 장에서 2022년 650만 장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이자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서도 해당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늘어나는 중국 고객사 물량에 맞춰 현재 청주 공장(M8)을 중국 우시로 이전 중이다. 올해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우시 공장에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키파운드리와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시너지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키파운드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단순 재무적 투자 개념일 뿐, 투자 이후 경영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라며 “향후 투자 수익 추이를 지켜본 후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