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대출금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비우량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투자를 위한 매입기구(SPV) 대출금이 집행돼 있는데다,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도 28조원을 넘기며 5개월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가 꾸준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중대 중 소상공인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 규모는 지원 5개월여만에 9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소재·부품·장비 등 기업과 일자리 창출 기업 등을 집중 지원하는 신성장일자리 지원 규모도 15개월째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은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피해 기업과 소부장 등 지원을 위해 지난달 한도를 추가로 늘린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중대 증가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금중대 한도 대비 실적 비율은 66.7%를 기록해 직전월 79.4%에서 줄었다. 이는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중대 한도를 기존 35조원에서 43조원으로 증액한 때문이다.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 및 CP 매입을 위한 SPV 대출금 1조7800억원을 포함한 총 대출금 규모는 30조4406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5월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이래 5개월만에 3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SPV대출은 7월17일 금통위 의결을 거쳐 7월23일 집행됐었다.
금중대란 은행으로 하여금 중소·중견기업 등에 대한 대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동 대출 취급실적에 비례해 한은이 은행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대출금리는 0.25%다.
금중대는 통상 시중은행에서 먼저 대출이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한은에서 자금이 집행된다. 이에 따라 9월 금중대 실적은 2개월전인 올 7월 시중은행에서 집행된 대출실적이다.
프로그램별로 보면 코로나19 피해기업지원은 7000억원 증가한 9조5113억원을 기록했다. 3월9일부터 지원하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5월부터 실적이 잡히기 시작했다.
신성장·일자리지원대출은 3526억원 증가한 10조6451억원을 기록해 1년3개월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제도개편과 한도 증액 효과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은 금통위는 2018년 9월20일 일자리 창출기업 범위를 기존 청년고용에서 전체고용으로 확대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세액공제를 받은 기업을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작년 8월30일 일본 경제보복 등에 대한 대응 조치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을 중심으로 설비투자 3조원, 운용자금 1조원을 각각 지원하고, 기존 창업기업 지원요건을 완화했다. 올 3월부터는 기존 한도를 1조원 증액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안정화대출은 1984억원 감소한 1조878억원에 그쳤다. 이는 2015년 2월 1조779억원 이후 5년7개월만에 최저치다.
이 프로그램은 2017년 무역금융과 설비투자 프로그램을 통합해 신설한 것으로 무역금융 한도 3조원을 제외한 설비투자분 8조원을 사실상 종료했었다. 아울러 올 3월부터는 기존 한도를 1조원 줄였다.
무역금융지원대출도 2억원 감소한 1조5028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1월13일부터 신규대출을 폐지한 영세자영업자지원대출은 8억원 줄어든 136억원을 보였다. 지방중소기업지원은 전월과 같은 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별 한도는 신성장·일자리지원 13조원, 중소기업대출안정화 5조5000억원, 무역금융지원 2조5000억원, 지방중소기업지원 5조9000억원, 한도유보분 1000억원이다.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은 16조원이며, 한시적용 기간도 기존 2021년 11월말(2020년 9월말 은행취급분의 1년만기후)에서 2022년 5월말(2021년 3월말 은행취급분의 1년만기후)까지 6개월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에 포함됐던 소상공인을 별도로 분리하고 지원비율을 늘리는 등 어려운 부문에 더 집중하면서 금중대 실적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PV에 대한 대출은 총 8조원 한도로 1차 대출분을 포함해 총 4차례로 나눠 나갈 예정이다. SPV 대출실행 시한은 SPV 설립일로부터 6개월 후인 내년 1월13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