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가 e스포츠에 푹 빠졌다. 게임 관련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넘어서서 유명 e스포츠 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체 리그도 개최한다.
야외 스포츠나 전시 등 기존 마케팅 루트가 대부분 막힌 상황에서도 비대면 수요를 등에 업고 활발히 성장 중인 e스포츠 관련 수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e스포츠 대회를 자체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대회명은 모두 각 회사 게이밍 제품 이름을 본떠지었고, 수천만 원 상당의 상금과 상품도 후원한다.
LG전자는 내달 3일(미국 현지 시간)부터 e스포츠 대회 ‘LG 울트라기어 페이스오프'를 연다. 대회 종목은 최근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는 1인칭 슈팅(FPS) 게임 ‘발로란트'다.
흥행을 위해 LG전자는 인기 라이브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널리 알려진 게이머 20여 명을 초빙해 리그에 참여토록 했다.
이벤트를 통해 시청자들에겐 총 4만8000달러(약 5700만 원) 규모 경품도 제공한다. 경품은 LG 울트라기어 게이밍 모니터 10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 상품권 1000여 장 등 게임 산업과 관련된 제품으로, 시청자들을 LG 울트라 기어 잠재 소비자로 만들려는 의도가 담겼다.
삼성전자 역시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배틀그라운드 대회 ‘오디세이 리그’를 진행한다. '월드사이버게임즈(WCG)' 후원을 끊은 2014년 이래 6년 만에 e스포츠 리그에 다시 발을 담근 것이다.
독일, 오스트리아·스위스, 프랑스. 벨기에·네덜란드, 동유럽 3개국(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등 지역별로 묶인 12개 구획이 대회 진행 지역이다. 연말 진행되는 결승전에서 1위를 차지한 게이머에겐 2만5000유로(3400만 원) 상당의 상금을 제공한다.
유럽을 오디세이 리그 첫 개막지로 정한 건 오디세이 모니터 판매 전략이 종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라이프 언스토퍼블' 행사에서 유럽 전략 신제품 중 하나로 오디세이 G5를 꼽으면서 유럽 게이밍 시장 진출 계획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과 LG가 모두 e스포츠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에 게임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잠재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 전문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는 올해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9.3% 성장해 1590억 달러(약 2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기존에 마케팅 통로로 활용해왔던 야구, 축구 등을 비롯한 야외 스포츠 구장 광고, 대형 전시회가 줄줄이 막힌 상황에서 브랜드 홍보를 위한 가장 좋은 선택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게임 리그인 라이엇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과 블리자드 '오버워치' 올스타전이 얼마 전 막을 올리면서 e스포츠 대회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가 올라간 상황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게임대회 개최뿐 아니라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와 게이밍 산업 관련 활동으로 e스포츠 수요 잡기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하반기 내놓은 48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게이밍 TV로 지속해서 마케팅하고 있다. 고화질과 초대형을 선호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프리미엄 수요에 더해 게이밍TV 수요가 중형급 TV 시장에서 새로운 프리미엄 수요를 만들어낼 유인이라고 본 것이다.
삼성전자는 5월 세계적 스타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가 소속돼 있는 e스포츠 구단 SK텔레콤 T1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데 이어, 게임용 모니터 제품군인 오디세이 시리즈 3종(G9·G7·G5)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