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 임차인 최장 9개월 월세 유예 가능
임대인 ‘불만' 증가…“제도 악용 않도록 세부안 정비해야”
상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 법안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입이 줄어든 임차인에게는 유리하지만, 상가 임대인은 임대료 요구 인하와 퇴거 조치 기한 연장을 감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가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는 2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상가 임차인에게 임대료 감액 청구권을 부여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임대료 증감청구가 가능한 요건을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수정했다.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든 건물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 시행 후 6개월간 세입자가 월세를 연체하더라도 계약 해지나 갱신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특례조항을 신설했다. 이 경우 임차인은 현행법이 보장하는 3개월에 더해 최장 9개월간 임차료 부담을 유예할 수 있다.
이번 법안에 마련된 부칙에 따라 개정된 내용은 법을 공포한 날 시행되며,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 계약에도 적용된다.
법안 통과에 임대사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인터넷 카페 ‘임대사업자모임(임사모)’에는 불만 섞인 글과 함께 임대인 대응법까지 논의됐다.
한 임대사업자는 “그동안 월세를 40%나 깎아주고 3개월 동안 연체해도 놔뒀는데 더는 못 참겠다”며 “한 번 인하해주고 재계약 때 대폭 올리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감액 요구를 수용하면 이후 기존 ‘5% 상한’ 규정과 관계없이 증액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다른 사업자는 “정부는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감면해주면 세제 혜택을 주는 방법 등을 사용하면 되는데 임대료를 강제 인하하려 든다”며 “세금 감면은 않고 부담을 전부 임대인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상가 임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 청원자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월세를 내려줬다가 올리지 못하는 분들도 있고, 월세 못 받고 은행 이자 내느라 생활이 엉망이 된 분도 있다”며 “상가 임대인에 대한 지원도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차인에게 유리한 법안이므로 정부의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임대료 감면 요청을 임대인이 직접하는 방식으로 바뀌는데, 이러면 임대인이 불리하다”며 “세입자가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으므로 법안을 잘 정비해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임차인이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서 임대료 인하 권리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임대인이 수용하느냐 안 하느냐는 선택 사항이므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앞으로 심리적인 영향으로 상가 투자 축소나 임대인 저항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